서울선 진동보다 문자가 빨리 왔다 … 발생 19초 만에 경보

중앙일보

입력 2017.11.16 02:04

수정 2017.11.16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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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경북 포항 지역에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흥해읍 한 마트의 상품들이 진열대에서 쏟아져내려 흩어져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포항 지진 5.5 긴급재난 문자가 오고 10초 뒤쯤에 서울 양재동 건물 10층에 있는 사무실이 흔들렸어요.” 15일 포항 지진 발생 뒤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문자메시지다. 일부 지역에선 지진 감지보다 지진경보 문자가 빨랐다는 얘기다. 정해정 기상청 대변인은 “포항에서 지진이 감지되고 19초 만에 조기경보를 발령해 전 국민에게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포항 지역 주민들은 문자를 받기 전 지진을 느꼈겠지만 떨어져 있는 주민들은 지진이 오는 데 시간이 있어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은 스마트폰 지진경보음과 거의 동시에 진동을 감지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옆 건물이 공사 중이라 평소에도 가끔 진동을 느끼는데 오늘은 달랐다. 경보음이 울리고 20초쯤 뒤 건물이 10초간 심하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시민들 “메시지 받고 10초 뒤 감지”
롯데월드타워 123층서도 약한 진동

휴대전화 음성통화 평소의 3배
연결 일시적 지연·먹통되기도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고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 타워에서도 롯데 직원 등이 진동을 감지했다. 117~123층에 위치한 전망대를 찾은 관람객들도 약한 진동을 느꼈다. 이날 롯데월드 타워에 있던 한 일본인 네티즌은 인스타그램에 “지진이 났다고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떨렸을 때 롯데월드 타워에 있었다. 과거 일본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지진의 공포가 머리를 스쳤다”고 적었다. 롯데월드 타워에서 대피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월드 타워는 규모 9의 지진까지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는데 이날 건물에서 측정된 것은 규모 1 이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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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300㎞ 이상 떨어진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15일 오후 2시29분부터 오후 3시까지에만 경기도 북부 전 지역에서 100여 건의 지진 신고 및 문의 전화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대부분 “방과 사무실이 흔들렸다” “건물이 흔들렸다” 등의 신고였다. 출동 상황은 없었다.


두 시간쯤 뒤인 오후 4시49분에 규모 4.6의 여진이 또 한 차례 발생했을 때도 수도권에서 진동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 중이던 회사원 이지원(28)씨는 “하루에 두 번 진동을 경험하고 나니 어지럼증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진 여파로 휴대전화 연결이 일시적으로 지연되거나 먹통이 되기도 했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후부터 안부 및 신고 전화가 폭주하면서 전국의 휴대전화 음성 통화 사용량이 평소보다 세 배가량 늘었고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열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SK텔레콤 측은 이날 오후 “지진으로 약 50여 지역에서 중계기가 피해를 입어 복구 중이다”고 밝혔다. 지진 직후 일부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메시지 송수신에 불편을 겪었다.
 
홍상지·전익진·임명수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