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공개 활동은 지난 4일(보도일 기준) ‘3월 16일 공장’(트럭공장) 시찰 이후 11일 만이다. 이날 시찰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부부장 등이 함께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지켜본 이후부터 모든 공개활동을 민생경제 분야에 할애하고 있다.
4일 이후 잠행하다 트랙터공장 시찰
동해에 항모 3척, 위협 느꼈을 수도
화성-12형 쏜 뒤 60일간 도발 잠잠
특히 이번 금성 트랙터공장 현지지도가 눈길을 끄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끝내고 귀국길에 오른 직후 이뤄진 첫 공개활동이라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인 일본에 도착(5일)하기 직전 트럭 공장을 시찰한 뒤 일체의 공개활동을 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14일 귀국길에 오른 직후 공개활동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무엇을 했던 걸까.
김정은은 순방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입장 표명을 주시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에 몰두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북한은 핵실험(9월 3일)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긴장 고조를 통해 전략적 위상이 달라졌다며 미국을 압박해 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김정은의 향후 행동을 위한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북·미 간에 긴장이 다소 완화하는 분위기지만 김정은이 일주일 이상 잠행했다 등장한 직후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했던 전례가 있다”며 “잠행 기간 미사일 개발을 점검하고 추가 도발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한반도 인근에 배치되자 신변 안전을 고려해 ‘잠행’했다는 분석도 있다.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 F-22 스텔스전투기 등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들어올 때 장기간 공개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며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 해군의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을 비롯해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니미츠함(CVN 68) 등 3척의 항공모함은 각각 80여 대의 전투기 등을 탑재하고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동해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