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1961~97년)은 찰스 왕세자와 이혼 뒤 불운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아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1981년 있었던 ‘세기의 결혼식’은 스무 살 풋풋한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모습을 전 세계가 TV 중계로 지켜봤던 장면인 만큼 대중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다. 이날 그는 진주 1만개로 장식된 아이보리색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가격만 16만 달러(한화 1억8000만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이날 화제가 됐던 건 왕실 결혼 사상 가장 길었던 베일(7.6m)이었다.
좀 과하다싶을 만큼 풍성하고 화려했던 이 드레스를 만든 디자이너는 데이비드&엘리자베스 임마누엘 부부였다. 최근 엘리자베스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갖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 드레스에 얽힌 일화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6월 결혼식을 앞두고 상당히 체중이 줄어 첫 가봉을 했던 2월보다 허리 사이즈를 14㎝나 줄여야 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처음엔 결혼을 앞두고 긴장했기 때문에 체중이 약간 줄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이애나 비의 체중과 허리 사이즈는 계속 줄었고 우린 마지막까지 드레스 사이즈를 조정하느라 매우 힘들었다. 드레스 보디를 점점 줄여나가다 결국 처음 생각했던 디자인 패턴을 아예 바꿔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고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밝혔다.
엘리자베스에 따르면 다이애나의 허리 사이즈는 2월 첫 피팅 때 건강한 74cm였지만, 결혼을 바로 코앞에 둔 6월 마지막 15번째 피팅 때는 60cm였다고 한다. 대게의 디자이너들은 “옷 한 벌을 만들면서 15번 피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몸의 변화가 급격히 커졌다는 말이다.
결국 엘리자베스와 지금은 이혼한 전 남편 데이비드 디자이너 커플은 점점 가늘어지는 다이애나의 허리라인에 맞춰 만약을 위해 5종류의 드레스를 제작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마지막에는 허리가 놀랄 정도로 가늘어져 있었어요. 드레스 피팅 중 줄여야 할 허리 부분을 말 그대로 손으로 접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지난 6월 12일 영국 언론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이혼 전 녹음한 ‘비밀 테이프’를 공개한 바 있다. 이 테이프에 녹음된 내용에 따르면 다이애나는 ‘예비왕족’으로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가장 힘이 돼주어야 할 찰스가 13살이나 어린 예비신부에게 “허리 살이 좀 통통하네요(Oh, a bit chubby here, aren’t we?)”라며 무안한 농담을 던진 것이다. 다이애나는 “그때 내 안의 무언가 들끓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이어지는 다이애나의 육성에 따르면 “당시 나는 필사적이었다. 처음 (폭식한 뒤) 구토했을 때는 오히려 가슴이 설렜다”며 “당시로선 압박감과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했다. 이 무렵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의 관계를 다이애나가 알게 된 것이다. 다이애나는 그 후 폭식증을 치료하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엘리자베스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드레스에 얽힌 사연은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세기의 결혼식’을 장식한 세기의 드레스다운 일화들이다.
1. 다이애나 드레스를 감당하기엔 너무 비좁았던 마차
2. 드레스 곳곳을 수놓은 영국 왕실의 전통
3. 드레스에 숨겨놓은 다이아몬드 말굽 참(장식)
4. 다이애나의 실수로 생긴 드레스 얼룩
5. 제작기간만 6개월이 걸린 웨딩 구두
6. 우기를 대비해 웨딩 우산도 2개나 준비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