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동관 실수했다. 정치댓글 자인한 것”…“‘MB 정치관여’ 처벌 가능” 강공

중앙일보

입력 2017.11.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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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 방문을 위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여권의 적폐청산 활동과 관련해 "지난 6개월 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의율된 죄목이 (이 전 대통령에) 다 적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활동 내역에 대한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있고 군무원 선발 증원에 대한 (이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게 나왔다. 증원 시점에 대북 심리전을 했다고 하는데 그 수요가 설명되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증원 시점에 대북 심리전 규모를 키워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고 반대로 증원 이후 정치 댓글 수가 늘었다. 구속 요건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3월 10일 작성한 '사이버사령부 BH 협조회의 결과' 문건. [출처=이철희 의원실]

지난 9월24일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2012년 3월 10일 사이버사령부 작성)에는 ‘군무원 증편은 대통령 지시’, ‘대통령께서 두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19대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는 군무원 47명을 채용, 사이버심리전단에 배치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의 개입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김외숙 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 의원은 특히 “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해서는 안 될 얘기를 했다”며 “문제가 된 댓글은 0.45%의 진실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그건 검찰 수사 전 옛날 얘기다. 수사는 많이 와 있다”고 말했다. 정치 댓글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이상 양의 문제가 아니며 혐의 입증이 가능할 정도의 검찰 수사가 상당부분 이뤄져있다는 주장이다.  


이 전 수석은 전날 이 전 대통령의 출국장에서 “저희는 눈곱만큼도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잘못된 건 밝혀져야 하고 처벌받아야 하는 게 맞다”며 “문제가 된 댓글은 전체의 0.9%고 그 중 절반만 법원이 받아들였다. 북한의 심리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허가를 한 걸로 문제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었다.  
 

2011년 5월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이동관 당시 청와대 언론특보. 조용철 기자

이 전 수석이 언급한 수치를 놓고 실제 정확한 것이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이태하 전 530심리전단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전체 댓글 78만7200건 중 9067건(1.15%)를 정치 댓글로 인정했다. 이 전 수석이 언급한 0.45%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는 정치 댓글의 수를 정확히 구분함과 동시에 이를 토대로 이 전 단장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중”이라며 “이 전 수석이 제시한 수치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법리적으론 구속 사유지만 MB(이 전 대통령) 소환 여부나 일정은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서 “이 전 대통령은 적폐 원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권력형 범죄를 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고 오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혐의가 드러나자 정치보복 프레임을 걸어보지만 범죄에 대한 처벌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군 개입 혐의에 대해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바레인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출처=이명박 페이스북]

 
한편 전날 바레인으로 출국한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외교사절 및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강연에서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고 강조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은 15일 귀국한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