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회담에는 통역이 있기 때문에 꼭 상대국 언어에 능통한 사람이 배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중 정상회담의 경우는 특수하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는 ‘중국통’이 없기 때문이다. 통역을 쓰더라도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양국 정상 외 8명씩 배석…한국 측 '일자리수석' 포함
직무 연관성 전혀 없는데 靑 "서열 맞춰 대표단 구성"
7월 첫 회담서도 격 따지다 중국어 능통 당국자 배석 못해
靑 "시 주석 '북·중=혈맹' 발언" 잘못 브리핑 '외교 사고'
하지만 시 주석은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었다. 실제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은 ‘소위 선혈로 응고된 관계’였음에도”라고 했는데, 중국어를 모르는 한국 측 배석자들이 통역이 옮긴 말을 '혈맹'으로 오해한 것이다. 회담 속기록에도 혈맹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중·조(북·중) 관계뿐 아니라 중국의 모든 대외 관계에서 ‘혈’은 있어도 ‘맹’은 없다. 피로 뭉쳤다고 하니 그냥 혈맹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중국에게 공식적으로 동맹은 없다는 기본적인 배경 지식만 있었어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회담에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배석자가 없었던 것이 이 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원인으로 지적됐다. 통상 정상 외에 몇 명이 배석할지는 양측이 협의해 결정한다.
당시 현장에 중국어에 능통한 정부 당국자가 있었지만, 회담에 배석하지 못했다. 한·중 관계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회수석이 회담에 들어갔다. 중국 측과 격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상 외 배석자의 수나 격은 양측이 협의를 통해 사전 양해를 구하고 조정할 수 있다. 실제 양국 사이에 이런 격식이 정확히 지켜진 것도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한·중 간 협의의 대표를 밭은 것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였다. 남 차장은 차관급 이상이고, 쿵 부장조리는 차관보급이다. 한국에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섰는데, 중국은 외교부가 협의를 맡은 것도 격이 맞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에 강경화 장관을 제외하고는 한국 외교부에서 아무도 배석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실 인사들이 중심이었다. 중국에서는 리바오둥 외교부 부부장과 쿵 부장조리가 배석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중국 측은 이제 한국 외교부는 패싱하고 청와대만 상대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들었다.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이는 모든 양국 관계 현안을 외교적이 아니라 정무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도 될 수 있다”며 “외교 사안에 있어 국내정치적 요소가 더 많이 감안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