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과 NBC 뉴스의 공동 전화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67%가 대부분의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이 일어난다고 답했다. 이는 1991년 같은 조사에서 나온 63%보다 높은 수치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경험했다는 여성은 48%, 이를 목격했다는 남성은 41%에 달했다.
WSJ, "미국 기업 성희롱 예방교육 나서
와인스틴 성추문이 양성평등 분수령 돼"
또, 10명 중 5명은 자신의 행동 및 여성과의 상호작용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와인스틴의 성추문 등 잇단 저명인사와 고위급 인사의 성추문 사태가 직장인들의 인식 및 행동 변화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기업들도 성희롱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거대 광고 기업인 인터퍼블릭 그룹은 미국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2만명이 연말까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마이클 로스 CEO는 "우리 사업과 작업장에서 여성은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델, 록웰 오토메이션, 페이스북 등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기업들도 예방 교육을 시작하고 직원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등 와인스틴 사건이 직장 문화를 바꾸는 분수령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성 리더십 조직인 C200 의장인 파멜라 그레이그 전 액센추어 재무담당 이사는 "뭔가 잘못됐을 때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는 순간이 왔다. 우리는 이 사건을 분수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양성평등 관련한 분수령이 되었던 건 1990년대 초반의 '아니타 힐' 사건이다. 흑인으론 미국에서 두 번째 연방 대법관에 발탁된 클레런스 토마스 후보의 청문회에서 역시 흑인 변호사인 아니타 힐이 그의 과거 성희롱을 고발한 것이다. 클레런스 토마스 후보는 혐의를 부정하며 자신이 흑인이라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52대 48로 청문회 인준을 통과한다.
WSJ은 이에 반발한 표심 덕분에 1992년 선거에서 여성 의원들이 봇물 쏟아지듯 당선됐지만 직장의 변화는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린인 재단과 맥킨지의 '2017 직장 여성'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직장 여성 37%가 성별 때문에 승진이나 다른 기회를 잃었다고 답했다. 남성은 8%에 그쳤다. 여성은 남성보다 상사와 면대면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기회가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매우 급격하게 돌아갔다는 점에서 아니타 힐 사건 때와는 또 다르다고 WSJ은 분석했다. 유명 여배우들이 자신의 폭로에 동참하면서 용기를 줬고, 다른 여성들도 #MeToo(미투) 해시태그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둑이 터지고 봇물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