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흥행 보증 수표'인 김은숙 작가의 신작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도 이병헌과 김태리를 상대 배역으로 캐스팅했다. 이병헌과 김태리는 딱 20살 차이다. 현재 방영 중인 OCN 드라마 '블랙'의 송승헌(41)과 고아라(27), 27일 방영될 예정인 MBC 드라마 '투깝스'의 조정석(37)과 혜리(23) 또한 나이 차가 적지 않다. 판타지를 배경에 깔고 있어 이런 논란이 희석되긴 했지만 최고시청률 20.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38)와 김고은(26)도 나이 차이가 크게 나긴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이처럼 중년 남성과 나이 어린 여성의 캐스팅이 일반화돼버렸다.
이선균·아이유, 이병헌·김태리, 조정석·혜리 등
잇따른 중년남성과 어린 여성의 드라마 캐스팅
중년남성 판타지 충족시키지만 부정적 영향도
남성중심 문화 공고히 하고, 롤리타 컴플렉스 자극
께름칙한 중년남성과 어린 여성 캐스팅
이러한 캐스팅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어쩔 수 없이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순종적 내지는 수동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수많은 드라마 속에서 관계를 끌고 가는 남성과 이에 호응해 따라가다 가끔은 서운함을 토로하는 여성 캐릭터를 숱하게 봐왔다. 여기에 극심한 나이의 불균형까지 가미된다면, 관계의 동등함은 근본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소위 '아재'들이 출연하는 예능에 나온 걸그룹들이 이들로부터 끊임없이 애교를 선보이길 요구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아재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애교를 강요받지 않아도 결국 애교를 부리지 않으면 부각되지 못하는 환경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중년남성들의 판타지 충족?
TV 드라마 말고도 대중문화는 이미 충분히 남성 중심적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소비가 주로 여성들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난 결과이긴 하지만 어쨌든 무대를 장악하는 건 주로 남성 연예인들이다. 10년 이상 된 보이그룹(신화, 슈퍼주니어 등)은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된 걸그룹은 거의 없다. 연말 (상대적으로 싼 음원이 아닌) 음반 판매량 기준으로 가수들을 줄 세웠을 때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도 보이그룹들이다. 영화계는 남성 중심의 소위 '알탕' 영화가 접수한 지 오래다.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 캐스팅은 이러한 남성 중심적 대중문화를 더욱 공고히 할 개연성이 높다. 대중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드라마 콘텐트 생산자들이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노진호의 이나불?]은 누군가는 불편해할지 모르는 대중문화 속 논란거리를 생각해보는 기사입니다. 이나불은 ‘이거 나만 불편해?’의 줄임말입니다. 메일, 댓글, 중앙일보 ‘노진호’ 기자페이지로 의견 주시면 고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