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는 팔공산의 남쪽 봉우리인 해발 850m 관봉 아래 위치한 석불 좌상이다.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 높이 4m 불상의 머리에 두께 15㎝, 지름 180㎝의 넓적한 돌이 얹혀 있는 독특한 형상이다. 갓을 쓴 것처럼 보여 갓바위 부처로 불린다. 또 갓이 대학의 박사모처럼 보이기도 해 수험생을 둔 부모에게 대학 입시에 영험할 것이란 믿음을 준다. 갓바위 오른쪽 아래 바위벽에는 동전을 붙이는 곳이 있는데, 떨어지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설도 있다.
해발 850m 관봉 아래의 석불 좌상
“한 가지 소원 꼭 이뤄준다” 입소문
11월 수능 시험 앞두고 주말에만
전국 각지서 학부모 1만여 명 몰려
박씨는 “자식 사진을 보면서 108배를 하고, 염주를 돌리면서 아들이 공부한 만큼만이라도 수능 성적이 나오길 기도한다”며 “내가 기도한다고 해서 아들 성적이 잘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엄마의 간절함이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찬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108배를 하는 박씨의 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사람들만 오는 건 아니다. 10월 말부터 팔공산의 단풍이 절경을 이루면서 가을 정취를 느끼러 오는 등산객이 들렀다가 다양한 소원을 빌고 간다. 갓바위가 위치한 관봉에서는 빼어난 산세를 만끽할 수 있다.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는 길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 대구 동구 진인동 갓바위 집단시설지구(갓바위 주차장)에서 가는 길과 경산 와촌면 선본사에서 시작하는 길이 대표적이다. 선본사 관음휴게소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도착하기까지 약 30분 걸린다. 갓바위를 향하는 계단 위에는 분홍·노란색의 소국(小菊) 화분이 놓여 있다. ‘아들의 대학 합격 기원’ ‘사업 번창’ ‘가족의 건강’ 등 다양한 소망이 적힌 팻말이 꽂혀 있다.
갓바위를 향하면서 팔공산의 풍경을 만끽하려면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출발하는 쪽이 훨씬 좋다. 1시간이 소요된다. 붉게 물든 산의 정취를 감상하다 보면 1365개 계단을 쉬이 오를 수 있다. 1365계단은 대구시가 2013년 조성한 돌계단(0.9㎞)이다. 1년이 365일이라는 것에 착안해 매일 국민이 찾는 명소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편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입시 철이면 전국의 학부모가 찾는 대표적 명소로는 부산시 해동용궁사, 충북 영동군 괘방령, 전남 여수시 향일암, 경남 의령군 솔바위, 강원 영월군 선돌 등이 있다.
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