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부담…근로자 1인당 13만원씩 나랏돈 지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정부가 약속한 약 3조원가량의 쓰임새가 확정됐다. 나랏돈 2조9708억원을 투입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하는 내용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끄고 봐야 한다는 취지지만 민간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 확정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이나 아파트 등은 제외
월 임금 190만원 이하 근로자 대상
연 1회 신청하면 매월 자동 지급
예산 투입해 민간기업 지원 논란
2018년 한시사업 끝내는 것도 무리
‘사업주’는 일단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있어야 한다. 또 지원신청 당시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5인 미만 농림어업 중 법인이 아닌 농가의 근로가,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등 법률상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는 미가입자도 지원한다. 과세소득 5억원 이상의 고소득 사업주, 임금체불 명단 공개 사업주 등 사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는 제외하기로 했다.
지원을 받으려면 기존 근로자에게 최소한 전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고,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지원 상한도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157만원)의 120% 수준인 월 19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은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런 요건에 부합하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급한다. 이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과거 5년간 평균인상률(7.4%)을 초과하는 9%포인트에 해당하는 12만원과 그에 따른 노무비용 등 추가 부담분 1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중간에 입사 또는 퇴사한 근로자나 일용직은 근로일수에 비례해 지원한다. 월 소정근로시간 40시간에 못 미치는 단시간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신청 이전에도 지원요건을 충족했다면 소급해 지원한다. 근로자를 1월에 채용했는데 5월에 신청했다면 1~4월분 지원금도 준다는 얘기다. 지원금은 사업주의 편의에 따라 현금 지급이나 사회보험료 상계 방식 중 고르면 된다. 현금은 사업주 계좌로 직접 입금되고, 보험료 상계는 사업주가 납입해야 할 사회보험료에서 지원 금액을 차감한 후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 유도 정책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보험 가입요건으로 인해 꼭 지원이 필요한 영세업체가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서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73.9%, 5~9인은 92.8% 수준으로 사각지대가 있다.
우선 영세업체 사업주와 근로자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두루누리 사업을 확대한다. 지금은 10인 미만 사업체, 월 임금 140만원 미만 근로자를 대상으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부담의 최대 60%를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월 임금 190만원을 상향 조정한다. 보험료 지원 비율도 60%에서 80~90%로 올리기로 했다. 또 내년 한시적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자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로 새로 가입하면 사업주와 근로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액의 50%를 경감해주기로 했다.
계속 진행 여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일단 올해 한시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지원을 1년만 하고 끝내기는 쉽지 않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정부의 실천의지도 강하다. 적어도 2년 더 올해와 같은 수준(16.4%)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만 지원하고 중단하기엔 반발이 너무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약 3조원을 지원하지만 2019년이 된다고 해서 2018년에 최저임금을 인상한 부담이 당장 사라지는 게 아니다. 자칫하면 2018년 인상액에 이어 2019, 2020년 인상액까지 누적해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얘기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지원하는 2조9708억원에 매년 인상액에 따른 추가 지원금까지 더하면 향후 5년간 28조5233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원하는 기초연금(연간 9조8000억원) 3년치와 맞먹는 돈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1년만 늦추면(2021년 1만원) 소요 재원이 17조8000억원으로 준다.<본지 8월 31일자 A1면>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