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고두심의 엄마는 늘 그랬다. 주저앉지 않았다. ‘인어 공주’(2004, 박흥식 감독)의 억척스러운 때밀이 엄마 연순, 딸의 결혼식을 보러 해남에서 목포까지 걸어가기로 한 ‘엄마’(2005, 구성주 감독)의 노모,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지적 장애 아들(김성균)의 홀로서기를 위해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가는 ‘채비’의 애순까지. 7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고두심은 자신 또한 “웃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고향이 제주도인데, 사투리 중에 ‘혹은 살아보젠’
‘살당보민 살아진다’라는 말을 정말 좋아해요.
어머니, 아버지가 쓰신 말인데, 사람이 태어났으면 생을 다할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용기와 희망을 갖고.”
고두심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유독 돌아가신 어머니가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치마폭이 정말 넓은, 모든 걸 다 품어주는 분”이던 어머니는 그가 ‘엄마’를 연기할 때마다 떠올리는 이상향이다. 그리고 자식에게도 모든 것을 다 줬던 어머니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채비’라는 제목이 제게 여러 생각을 던져줬어요. 제가 이제 6학년(60대)을 지나가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돌아보고 정리할 나이잖아요. 오늘 아침에 한 선배와 통화하면서,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많이 웃자고, 남은 사람들이 너무 아파하지 않도록 웃는 얼굴로 갈 수 있게 그렇게 걸어가자고 얘기했어요.”
고두심이 생각하는 김성균은?
정말 단단한 내공을 갖고 있구나,
저 배우하고 같이 연기하고 싶다 생각했다.
성균씨가 ‘채비’의 아들을 맡는다고 했을 때, 모자 관계의 그림이
막 그려졌다. 그래서 선뜻 역할을 수락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