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내밀한 관계를 매우 상세히 진술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기여한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시호(38)씨에 대한 마지막 재판에서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장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대한 결심공판에서다.
"박근혜-최순실 관계 진실 규명에 기여"
김종 2년 6개월 구형…다음달 6일 선고
그는 "처음부터 범죄를 모의하려고 동계영재센터를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 속에 탐욕이 있었고 삼성과 정부에서 후원하면서 차츰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상식보다 탐욕을 앞세워 삼성에서 후원금을 받았고 그것이 정상적 방법이 아니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장씨가 반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장시호가 선처받는게 적절한지 본 변호인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서 "'국민 조카' '특검 도우미'등 '피고인 장시호'와 어울리지 않는 말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한 장짜리 종이를 재판부에 들어 보이며 "이 촛불을 들고 있는 아이는 제 아들이다. 본 변호인도 (촛불시위에서) 촛불을 들었던 적이 있다"며 장씨 사건을 처음 맡게 됐을 때의 상황에 대해 말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죄인으로 기억되지 말자며 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 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장씨의 자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자백의 대가는 혹독했다. '이모 등에 칼 꽂은 사람'이라거나 상대방 변호인으로부터 '특검에서 아이스크림 받아먹으려 자백했냐'는 조롱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염치없어 하지 못했던 말이나 피고인을 선처해 주시기 바란다. 개전의 정이 있다면 크게 꾸짖되 어린 아들과 평생 자숙하며 살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최후변론을 끝냈다.
옆 자리에서 이 변호사의 마지막 변론을 울며 듣고 있던 장씨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해보라"는 재판장의 말에 일어나서도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제가 잘못한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는 말이 장씨가 한 최후진술의 전부였다.
최씨와 최씨의 변호인들은 장씨와 김 전 차관의 뒷자리에 앉아 두 사람에 대한 결심을 지켜봤다.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오늘 최후변론 내용 중 문제될 것이 있어 의견을 말하겠다"며 발언권을 얻은 뒤 "이 사건으로 이익을 얻은 것은 죄송하지만 여기 있는 장시호씨다. 박 전 대통령이나 최씨는 이득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재센터는 장시호가 아이디어를 내고 김종이 정책지도를 했다. 그 옆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도움을 준 것이 최순실이다. 이것이 진상이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적절하지 않은 의견진술을 자제해 달라고 하자 이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다. 장시호, 김종 이 분들에 대해 '특검 도우미' '검찰 도우미'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런 점을 참작해 달라"고 말을 마쳤다.
장씨와 김 전 차관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