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셔츠에 검정 조끼
이달 13일부터 서울 법인택시 운전기사는 근무복을 입는다. 2011년 택시기사의 복장이 자율화된 지 6년 만에 유니폼이 부활한다. 8일 서울시청에서 공개된 근무복은 밝은 청색 체크무늬 셔츠에 검정색 조끼를 갖췄다. 여름엔 셔츠만 입을 수 있고, 겨울엔 회사에서 지정한 방한복 착용이 가능하다. 택시기사 장순양(60)씨는 “일반 정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튀지 않는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다만 조끼의 신축성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16억 들여 기사 3만5000명에게 근무복 지원
서울시는 255개 서울 법인택시 회사의 기사 3만5000여 명에게 근무복을 지급했다. 1인당 셔츠 두 벌, 조끼 한 벌로 약 4만원어치다. 서울시는 근무복 구입에 시비 16억1000만원을 들였다. 최광선 팀장은 “과거엔 근무복을 택시회사에서 구입하다 보니 저가의 유니폼을 제공해 기사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에서 근무복을 지정해 구입해줬다”고 설명했다. 이후엔 이 지정 근무복을 택시회사에서 구입해 근무복이 추가로 필요한 기사와 신규 입사자에게 나눠줘야 한다.
13일부터 택시 근무복 착용
“불량 복장 민원 증가 원인”
시는 서비스 질 높인다지만
기사들은 세탁 부담에 고민
노란색 유니폼은 개인택시
나라마다 유니폼 여부 달라
“깔끔한 유니폼 환영” vs “세탁, 다리미질 걱정”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김효은(34)씨는 “늦은 밤에 쫄티를 입고, 모자 쓴 기사 분을 만나면 덜컥 겁이 났다. 유니폼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부 이명희(59)씨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친절한 택시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셔츠 두 벌을 번갈아 가며 입어야 해 세탁에 대한 걱정이 크다. 택시기사 김명수(52)씨는 “유니폼이 청결하려면 잘 빨고, 다리미질 해 입는 게 중요한데, 늦은 밤 퇴근하는 기사들이 과연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다. 옷에서 냄새가 나고 구겨져 있으면 되레 더 보기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출퇴근할 때 어쩔 수 없이 직업을 노출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6년 전 이미 단점이 있어 폐지한 근무복을 다시 도입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5년간 택시를 운전한 서모(59)씨는 “과거에도 장시간 운전하기에 유니폼이 불편하고, 세탁하기도 힘들다는 불만들이 많아 없앴다. 다시 입으라는 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주변 동료 기사 대부분이 유니폼 재도입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개인택시운송사업자조합은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에게 청색 줄무늬 와이셔츠를 제공하고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택시 근무복의 변천사와 해외 사례는
한국에서 택시기사 유니폼은 1970년대에 도입됐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디자인을 정해주진 않았다. 법인택시는 회사별로 근무복 디자인이 달랐다. 택시기사의 상징처럼 된 노란색 유니폼은 주로 개인택시 기사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해 입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개인택시 기사 역할을 한 주인공(배우 송강호)도 노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다 2009년 서울시는 법인택시와 개인택시의 근무복을 지정해 선택해 입도록 권장했다. 강제성이 없다는 점과 비용 부담 등의 이유 때문에 참여율이 저조했다.
일본 등에선 법인택시의 경우 근무복을 착용해야 한다. 영국·프랑스·미국에서는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