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무역 문제를 안보 이슈와 맞바꾼 인상”

중앙일보

입력 2017.11.08 02:11

수정 2017.11.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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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5인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첫날에 대한 관전평을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후 내놓은 메시지를 놓고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고 평가했지만, 그런 만큼 성과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가나다순).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각수 전 주일대사=서로 입장차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한·미 간에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별로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압박을 통해 대화를 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고, 균형외교와 관련해서도 분명하게 설명해 오해의 소지를 없앤 것 같다. ‘3불(不)’(한·미·일 군사동맹, 사드 추가 배치 검토,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편입 등 불가란 한국 입장)로 인해 미·중 간 균형을 너무 맞추려 한다는 인상을 줬는데, 이 부분도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여 적절히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균형’이라는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균형자 외교’(노무현 정부)의 그림자가 있고, 한·미 동맹을 주축으로 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답이 아닐까 싶다.

외교안보 전문가 5인의 회담 분석
조율된 듯 북핵 문제에 이견 없어
문 대통령 평택 방문은 좋은 발상
트럼프, 한국의 기여 확신했을 것
단독회담 시간은 좀 더 길었으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서로 이견을 표출하지 않고 한·미가 굳건한 공조를 보여 줬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를 의미하는 파란 넥타이를 매고 나와 한·미 간 서로 신뢰를 구축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다. 우리는 미국과 동맹으로 같이 싸웠고, 이것은 일본이나 중국은 없는 우리만의 감성자산이다. 문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험프리스 기지까지 갔고, 세계에서 제일 큰 미군기지를 한국민의 세금으로 지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은 좋은 아이디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내내 한국이 동맹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다만 너무 과하면 지나친데 굳이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를 표했다”고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방한을 앞두고 ‘3불’ 등 이견 있는 듯한 메시지를 낸 것도 아쉬운 점이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정상회담이 잘 마무리된 것 같다. 대외적으로 연합방위 능력 등 북한에 대한 적절한 경고로 강한 메시지가 충분히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도적 군사력을 언급하면서도 이를 사용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면서도 평화적 해결 원칙을 명확히 했다.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 없이 적절한 대북 메시지가 나왔다. 다만 단독 회담 시간도 좀 더 길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미국 대통령이 너무 한국을 무역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로만 부각시키는 인상을 받게 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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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잘 관리된 회담이었다고 평가한다. 전반적으로 양국이 서로 의제를 교환한 것 같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미션을 분명히 했고,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와 협력하되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무기 판매나 경제협력에서 현실적인 주장을 했다. 미국의 무기 판매나 전략자산 확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여 줬고,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설명하게 됐다. 또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 해 줬으면 하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경제와 무역 문제를 안보 이슈와 맞바꾼 듯한 인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북핵 문제에서 양국의 공조를 재확인한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우려했던 돌출발언이나 이견 표출과 같은 불상사도 없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수없이 되풀이돼 온 뻔하고 원론적 내용이었다. 내용을 미리 조율했을 수도 있지만 기자회견 내용만 봐서는 안에서 전략적 교감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사이에 대북정책이나 안보전략·철학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속마음을 터놓기보다 국내 정치적으로 중요한 무역적자 해소에 역점을 두고 첨단무기 판매나 방위비 분담, 자유무역협정 개정 등 실속을 챙기는 것에 더 집중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정리=유지혜·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