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이(RFA)이 입수해 분석한 CIA 기밀 보고서’(Kim Il-Song invited prominent Americans to visit DPRK)에 따르면 김일성은 84년 11월 15일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을 통해 미국 정치인들에게 초청장을 전달했다.
당시 김일성이 초청한 인사는 닉슨 전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미 하원 동아태소위원장이었던 스티븐 솔라즈 전 의원 등이다. 솔라즈 의원은 80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던 인물이다.
김일성이 이들을 초청한 목적과 관련해 CIA는 ”이들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변화시킨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는 김일성의 초청의사를 전달한 시아누크 전 국왕의 언급이었다고 한다.
닉슨 전 대통령은 71년 미국 탁구대표단을 중국 대회에 참가시키는 탁구(핑퐁)외교를 성사시켰고 그해 7월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을 극비리에 중국으로 보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72년 2월 직접 중국을 방문해 관계를 정상화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수레바퀴처럼 하나의 틀로 보고 문제를 풀어 왔다”며 “김일성은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북미관계 개선에 나선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일성의 초청 직전인 84년 여름 한국이 대규모 홍수피해를 입자 북한은 수해물자 지원을 제안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화해모드가 조성돼 남북 정상회담 추진으로 이어졌다.
정 소장은 “북한은 전두환 정부 출범 직후 대대적인 비난 공세를 펼치다 83년 버마(현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발 사건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됐고 수세에 몰렸다”며 “이를 만회하는 차원에서 북한은 대남 수해지원을 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수용하면서 남북간에는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1984년 11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 통해 미국 유력 정치인 초청
CIA가 기밀 해제한 문건에 나타나
북미 관계개선 시도 일환, 닉슨 전 대통령 초청에 응하지 않아 불발
닉슨 전 대통령과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김일성의 초청에 답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CIA는 파악했다. 결국 전 캄보디아 국왕을 통한 김일성의 닉슨 전 대통령의 무산됐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