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Yes or No ⑤ 베레모
‘트렌드 Yes or No’는 떠오르는 트렌드 중 호불호가 갈릴 만한 대상을 골라 대중적 눈높이에서 판단하는 코너다. 이번엔 납작한 빵 모양의 모자 ‘베레모(Beret)’다.
유행은 돌고 돈다, 이번엔 빵모자
군복서 유래한 ‘베레’ 트렌드
1960·70년대 유행하다 부활
542명 설문, 남자가 더 호감
패션계에서는 1920년대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이 여성용 모자로 만들면서 등장했다. 이후엔 60년대 말 갱스터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여주인공 보니 역으로 나온 페이 더너웨이가 써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한국 역시 이 영향을 받아 70년대 베레모가 유행했지만 이후 촌티 나는 패션으로 여겨지며 점차 거리에서 사라졌다.
베레모의 부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건 2015년 겨울이다. 시작점은 최근 모든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구찌다. 구찌는 2015년 겨울에 보여 준 2016 봄·여름 컬렉션에서 컬러풀한 블라우스와 스커트, 꽃무늬 원피스 등 프랑스 소녀를 연상하게 하는 옷을 입고 손뜨개나 모직으로 만든 베레모를 쓴 모델들을 무대에 세웠다. 이에 보그·WWD 등 많은 패션 매체가 앞다퉈 베레모를 ‘주목할 만한 패션 아이템’으로 꼽았다.
이렇게 다시 돌아온 베레모는 올겨울 트렌드의 정점에 섰다. 지난 3월 파리패션위크에선 가수 리애나, 모델 켄들 제너와 벨라 하디드 등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이 모두 베레모 패션을 선보였다. 디올은 아예 컬렉션 쇼에 선 모델 모두의 머리에 검은색 가죽 베레모를 씌웠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0월 8일 “거의 모든 사람이 이번 겨울에는 펠트나 레더, 기모가 있는 천으로 만든 베레모를 착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아해
일단 호감을 나타낸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542명 중 52%(281명)가 ‘좋아 보인다’고 대답했다. ‘좋지 않아 보인다’고 답한 사람은 17%(91명)에 그쳤다. 나머지 31%(170명)는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동일 세대 응답자 비율로 볼 때 20대에서는 48%, 30~40대는 52%씩으로 호감도가 비슷했다.
흥미로운 건 여자보다 남자들이 더 호감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여자 응답자 중 50%(173명)가 호감을 나타낸 반면 남자 응답자는 54%(108명)가 호감을 나타내 조금이나마 여자보다 남자가 베레모에 더 호감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감의 이유는 성별과 세대를 막론하고 ‘귀엽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귀엽고 발랄해 보인다’ ‘귀여운 복고풍’ 등이었고 ‘예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나 ‘머리를 따로 손질하지 않아도 예쁘게 연출할 수 있어서’란 소수 의견이 있었다. 비호감의 이유로는 대부분이 ‘촌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아무나 어울리기 힘들다’거나 ‘스타일링이 힘들다’는 의견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40대 응답자 김민지씨는 “베레모를 쓰고 아이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껴 결국 중간에 벗었다”며 “과하게 꾸몄다는 이미지를 주고 촌스러워 보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직접 베레모를 써 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3%(178명)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중 72명은 남자였다. 반면 앞서 베레모에 호감을 표시한 응답자 중에서도 49%(139명)가 직접 써 볼 생각은 없다고 답했는데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가 다수였다. 보기엔 좋지만 정작 어울리게 소화하긴 힘들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베레모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을 연출하면 된다”고 팁을 전했다. 베레모 자체가 화려한 액세서리 역할을 하니 옷은 단순하거나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스타일을 연출하라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에 유행하는 체크무늬 롱코트나 가죽재킷은 가장 잘 어울리는 차림이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