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연설을 통해 이처럼 일본을 격찬했다. 이에 질세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식 극진한 대접을 뜻하는 ‘오모테나시’란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트럼프를 환대했다.
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는 외교 의례상 국빈(國賓)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빈 대우를 받고 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이번 방문은 아시아순방의 일환인 데다 체류 일수도 적어서 외교 의례상 국빈과 공빈(公賓)에 이은 3번째 레벨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국빈급 ‘오모테나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빈 아닌데도 국빈급 대우…앞서 이방카도 '오모테나시'
40년 전 WP에 日 비판 광고 실었던 트럼프…"일본은 보물"
당선되자마자 뉴욕행…마라라고서 골프 치며 '절친' 돼
공통점도 많아…둘 다 스캔들 휘말린 것까지 판박이
먼저 일본을 찾았던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역시 대통령 보좌관이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귀빈 대우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대선 때만 해도 주일미군 철수를 시사하며 분담금 압박 태도를 보이던 트럼프가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몇 차례나 강조하는 등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며 “아베 총리와의 친밀함이 트럼프의 대일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6일 전했다.
사실 트럼프는 오랜 기간 일본에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해왔다. 1987년 대선 출마를 검토하던 시기에도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지 3곳에 ‘부자나라 일본의 부도덕함’을 질타하는 전면 광고를 실었다. 당시 트럼프는 광고를 통해 “미국은 수십 년간 (부국인) 일본에 이용당하고 있다”며 “일본에 (주일미군 주둔 경비를) 지불토록 해 미국이 지고 있는 거액의 적자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발 회담이 아닌 치밀한 준비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당시 트럼프 측 정권인수위 관계자는 “대선 전부터 일본 측에서 트럼프 가족과 공화당 출신 인사 등을 통해 꾸준히 당선 시 ‘트럼프-아베’ 조기 회동을 모색해왔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보수파 원로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81) 전 금융담당상이 트럼프 캠프를 들락날락거리며 만든 파이프 덕분이란 것이다.
트럼프는 가장 신뢰하는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소개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회담에 합류시켰다. 회담 시간도 당초 예정보다 30분 늘어났다.
3개월 뒤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은 탐색전을 벌이던 두 사람이 '절친'으로 거듭나는 장이 됐다. 트럼프는 아베를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로 초대해 골프 라운딩을 함께하는 등 비즈니스맨 특유의 친화력으로 아베를 접대했다. 두 사람은 장시간 골프를 즐기며 많은 대화를 나누며 태평양을 사이에 둔 '최강 동맹' 결의를 다졌다.
이후로도 양국 정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나 추가 핵실험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전화를 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공개된 전화회담만 16차례로 이미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 4년간 통화 횟수를 넘어섰다. 아베는 지난달 중의원선거 유세 때 “트럼프 대통령과는 필요할 때 항상 전화회담을 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왔다”며 이런 친분을 선거전에도 십분 이용했다.
아베 덕에 미일 관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관계에 올랐다는 평가 속에 두 정상의 밀월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프 회동 때 통역만 대동한 채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다.
일본 외교사에 밝은 하타노 스미오(波多野澄雄) 쓰쿠바대 명예교수는 언론에 “무심코 던진 발언이 상대에게 다른 의미의 언질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데, 기록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