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파의 유승민 의원은 의총 결렬 후 “당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한국당과 합치겠다는 생각의 차이를 좁이지 못했다”며 “저는 당을 지키겠다는 사람이니 바른정당이 국민께 약속했던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파의 황영철 의원은 "의총 통해서 끝까지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바른정당 ‘끝장 의총’엔 현역의원 20명 전원이 참석했다. 의제는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제안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전당대회 문제였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오늘 의총은 결별파티”(김무성)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만큼 양측의 간극은 컸다.
이날 심야 의총에선 일단 전대를 미루는 대신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통합 논의를 이어가자는 대안을 두고 오랜 시간 격론을 벌였다. 한때 의총장 밖으로 "몇 명을 빼고 대다수 의원들이 동의해서 타결 가능성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유 의원 등 자강파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관심은 통합파의 탈당 시점과 한국당으로의 복당(復黨) 시기, 그리고 인원이다. 6일 탈당선언엔 일단 9명이 동참할 예정이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 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주호영·홍철호·황영철 의원 등이다. 6일 오전 10시에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8일쯤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제출한 이후 9일에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는 계획이다. 통합파 측에서는 원외 지역위원장 40~50명도 동반 탈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6일 보수통합을 선언하고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현재 주어진 상황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고, 지지해준 보수층 국민들께서 무조건 통합 요구를 해서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3일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결정이 바른정당 분당을 통한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제 정국은 4당 체제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의 3당 체제로 바뀌게 됐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에서 추가 이탈이 있을지 주목된다. 옛 한나라당 원조 쇄신파로 불렸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자강파에 가까웠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정병국 의원 등은 최근 유승민 의원 등을 상대로 “전대를 미루고 한국당과의 통합 전대를 하자”고 설득했으나 유 의원이 이를 뿌리치면서 세 사람 사이에 앙금이 생긴 상황이다. 남 지사는 이날 의총에서도 “오늘 우리가 화합의 길을 만들지 못하면 분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며 호소했다고 한다. ‘남원정’ 세 사람이 당장 한국당으로 복당하진 않더라도 “바른정당에 남아 있을 명분이 적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바른정당 자강파와 국민의당의 연대 추진도 만만치 않다. 두 당은 3일 방송법·규제프리존특별법 등 6개 법안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정책연대에 첫발을 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은 바른정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무너진다 하더라도 선거연대와 당 통합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 등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자칫 바른정당 자강파만 고립될 가능성도 있다.
안효성·백민경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