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9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청와대에 있었던 유선호 전 정무수석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부 시절에는 그런 관행이 있었는데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집권한 뒤로는 첫 일성으로 선언한 게 ‘국정원 돈 안 받겠다’는 것이었다”며 “DJ는 자기 목표를 위해 주변을 희생하는 분이어서 당시 청와대에는 돈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야권 일각 “이전 정부도 관행” 주장에 강력 부인
유선호 전 정무수석 “DJ는 ‘국정원 돈 안 받겠다’ 선언”
“박근혜 정부, 3대를 후퇴시킨 엄청난 죄악” 주장
박지원 “김영삼 정부 때까지 있었지만 DJ 때는 없었다”
유인태 전 정무수석 “정식 예산 특수활동비 월 500만원가량”
“노 전 대통령이 ‘투명 집행’ 강조…국정원 돈 유입 없어”
유 전 수석은 특히 “청와대가 국정원 돈을 쓴다는 건 금기 중 금기이고 이 철칙은 김대중 정부 이후 노무현ㆍ이명박 정부까지 그대로 이어졌다고 확신한다”며 “박근혜 정부가 3대를 후퇴시켜 YS 정부 시절로 되돌렸다. 정치를 20년 후퇴시킨 엄청난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과거 청와대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관행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국정원 돈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 정부에는 있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 후 국정원뿐만 아니라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언론재단에서 돈을 가져왔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일체 돈 받지 마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반면 노무현 정부 당시 상납 여부에 대해선 "그 부분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국정원 비화(秘話)를 소재로 쓴 『시크릿 파일 국정원』을 인용하며 “김당 전 국장에 의하면 ‘노무현 정부 때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제기했더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실제로 김만복 원장은 좀 문제가 있어서 저한테 많이 찾아와서 제가 해결해준 적이 있기 때문에 제가 자신 없다”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도 국정원 자금이 유입됐을 수 있다는 한국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노무현 정부 집권 초인 2003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청와대에 있었던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통화에서 “일각에서 황당한 주장이 제기돼 당시 청와대 돈을 관리했던 총무 파트에도 알아봤는데 일절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유인태 전 수석은 정무수석 재직 당시 국정원 예산이 아니라 청와대 예산에 정식 편제된 특수활동비로 매월 500만원 정도 받아 썼다고 했다. 그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가 쓴 것은 모두 투명하게 기록을 남겨놔야 한다’고 해서 청와대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모두 기록해 제출했다. 그 기록들은 이미 국가기록원에 이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수활동비는 원래 현금으로 쓰고 영수증 등 증빙명세 제출 의무가 없어 ‘깜깜이돈’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이 투명 집행 원칙을 강조해 결제 내역을 정리해놨다는 뜻이다.
익명을 원한 노무현 정부 당시의 청와대 수석도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국정원장 독대 보고 조차 거부한 분”이라며 “전혀 그런 일(국정원 돈의 청와대 유입)이 없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