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보도 터지자 … 안봉근, 국정원에 “돈 보내지 마라”

중앙일보

입력 2017.11.02 02:30

수정 2017.11.02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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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 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이 중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 인사들에게 전해졌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문제의 ‘상납’이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중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최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돈 전달 관련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여름 안봉근 당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국정원으로 전화해 ‘안 되겠다. 당분간 돈 전달은 하지 마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전 기조실장 등 진술 확보
우병우 처가 땅, 미르재단 의혹 확산
작년 7월 “당분간 중단” 전화한 듯
매달 1억 외 추가 금품 수수도 조사
안봉근·이재만 구속영장 청구 방침

이를 토대로 검찰이 안 전 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당시 청와대 측과 국정원 관계자의 자금 흐름을 확인한 결과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상반기부터 매달 1억원씩 건네진 국정원 특수활동비 지원이 2016년 7월을 기점으로 끊긴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7월은 ‘우병우 처가-넥슨 땅거래 의혹’ 보도(7월 18일), ‘미르·K스포츠재단 청와대 개입’ 보도(7월 26일) 등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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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안 전 비서관이 국정 농단 관련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국정원 돈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상납을 중단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다급히 돈을 차단시킨 것은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와 국정원 측 모두 이렇게 돈을 주고받는 게 불법이란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안 전 비서관이 매달 1억원씩 상납받은 것과 별개로 추가 금품을 받은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더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로 더 받은 부분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씩을 건네받은 혐의가 있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전임자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신동철 당시 정무비서관 조사에서 “국정원 측으로부터 매달 800만원씩을 받아 300만원은 내가 사용하고 500만원을 정무수석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해 뇌물수수·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긴급 체포된 두 사람의 체포 시한은 2일 오전까지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이날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사찰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비선 보고를 했다는 국정원의 추가 수사 의뢰가 있었고, 그 내용을 검토한 결과 구속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문성근·김미화씨 등 정부 비판 연예인 퇴출 공작을 하고 문체부 간부 및 시중은행장 등을 사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만복 “노무현 정부 땐 한 푼도 안 줘”=이번 수사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과거에도 국정원 돈을 청와대에 지원하는 관행이 있었다”며 노무현 정부의 김만복 전 원장 때의 문제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김 전 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에선 국정원에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고, 국정원 역시 특수활동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서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 내부엔 해당 직원이 어떤 이유로 얼마의 돈을 썼는지 다 기록된 자료가 있다. 다만 비밀 유지가 필요해 국회 정보위 등에 알릴 때는 ‘해외 정보 활동’처럼 축약해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인이나 기관에 국정원 돈이 현찰로 전용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손국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