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 인간은 때로는 비(非)이성적이고 간혹 비(非)이기적인 경제 활동을 한다.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이 하락했는데 고급휘발유를 조금 더 주유하는 사람도 있고, 비 오는 날에 욕먹지 않으려고 우산값을 올리지 않는 가게 주인도 있다. 세일러 교수도 노벨상 상금은 특별한 돈이기 때문에 특별한 곳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만약 주류 경제학에 등장하는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보통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보통휘발유를 더 많이 소비하고, 비 오는 날에는 우산값을 올리며, 노벨상 상금은 월급과 같은 돈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속 경제활동 때때로 비이성적
소비·투자에선 이상현상 더욱 빈번
확신 만으로 투자 고집하면 ‘스튜핏’
퇴직연금·인컴 펀드 고려해야
요즘 꾸준한 저축 습관으로 재테크에 성공한 한 방송인이 출연하여 시청자의 지출 내용이 담긴 영수증을 분석해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영수증 내용을 칭찬할 때는 “그레잇(great)!”, 나무랄 때는 “스튜핏(stupid)!” 이라고 외치면서 시청자들의 현명한 소비와 저축을 유도하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만약 노벨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가 당신의 투자 습관을 판정한다면 “그레잇!”이라고 할까, 아니면 “스튜핏!”이라고 할까. 실제로 세일러 교수는 자신의 베스트셀러인 ‘넛지(Nudge)’에서 인간의 행동을 바람직하게 유도하는 쉽고 부드러운 방법을 강조한다. 예컨대 자기 통제를 통한 저축 증진 방법이나 근로자의 노후 연금 수입 증대를 위해 어떤 유인을 제공할지 하는 문제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세일러 교수가 운영하는 자산운용사가 보여준 뛰어난 수익률의 비결을 묻는 말에는 “투자 실패의 원인은 항상 지나친 자기 확신이다”라는 답으로 대신했다. 그렇다면 최고의 행동경제학자가 내릴 몇 가지 판정은 확실하다.
이익 호전만 기다리며 한 종목에 크게 투자하고 고집스럽게 버티기만 하면 판정은 보나 마나 “스튜핏!”이다. 근로자의 노후는 각자 알아서 책임지라는 연금 제도는 “조금 걱정되는 스튜핏!”이란 얘기를 들을 것이다. 한편, 고령화 사회에서 많은 저축과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개편 소식을 접한다면 “그레잇!” 그런 혜택에 금상첨화로 은퇴 시점에 맞는 퇴직연금 펀드와 인컴 펀드에 당신이 투자했다면 “슈퍼! 울트라! 그레잇!”이라는 극찬을 들어 마땅하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