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긴장감을 감추고 왼발을 작디작은 홀드(발을 디디거나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한 돌출물)에 용감하게 올렸다.
"으아~."
두 손으로 홀드를 잡고 발가락을 오므려 두 발을 모두 홀드에 올리자 온몸에 힘이 들어가 절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에 선 강사는 자꾸 손을 뻗어 저만치 위에 있는 홀드를 잡으라는데, 지금 잡고 있는 걸 놓으면 뒤로 떨어질 듯한 공포가 엄습했다.
어기적대며 5m까지 올라가는 데 성공. 하지만 꼭대기에 있는 빨간 홀드는 너무 높아 보였다. 팔 힘은 다 빠졌다. 저것만 잡으면 1단계 코스 완료인데. "할 수 있다"는 강사와 "안 된다"며 몇 번을 실랑이하다 결국 포기. 그런데 내려오는 것이 더 문제였다. 땅으로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게 완강기 로프를 허리에 감았지만 도저히 손발을 암벽에서 뗄 수 없었다.
한참(실제는 몇 초)을 매달려 있다 "으악"하는 비명과 함께 로프를 잡고 내려와 땅에 벌러덩 넘어졌다.
“로프를 몸 중심에 두고 로프 너머로 홀드를 잡지 마세요.”
몇 분 쉬고서 강사가 일러준 주의사항을 되뇌며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역시 마의 5m 구간에서 두려움이 커졌다. 눈을 질끈 감고 오른팔을 죽 뻗으니 마지막 홀드가 잡혔다. "아, 성공이다."
하지만 역시 내려올 때는 비명이 나왔다. 위치를 옮겨 2단계 코스까지 간신히 완료했다. 3번 해 본 뒤 다시 1단계 코스에 오르자 한결 수월하게 정상을 찍을 수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하나씩 도전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근육들이 깨어나는 느낌도 들었다.
박진수 울산 울주군청 영남알프스 주무관(클라이밍 강사)은 “처음에는 다 힘들어하지만 초등학생들도 2단계까지는 잘 올라간다”고 말했다.
4번의 등반에 지쳐 클라이밍 전용 슈즈를 벗었다. 발도 아팠다. 작은 홀드에 발끝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클라이밍 전용 슈즈는 원래 신발 치수보다 두 단계쯤 작게 신는다.
지난해 2월 개장해 월 이용객이 1000명을 넘는다. 주로 부산·경남 지역에서 많이 오지만 전국 각지에서 클라이밍 선수들이 훈련하러 온다. 지난 9월에는 전국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가 열렸다. 날씨가 추워져 야외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실내 암벽장을 찾는 이용객이 늘고 있다.
울산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
월 1000여 명 이용, 40~50대 많아
체력·근력 향상에 집중력까지 높여줘
초등학생·직장인들도 단체 체험 인기
억새 군락지 간월재 오르는 등산로도
클라이밍은 신체와 정신 발달에 모두 좋다. 온몸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력과 체력을 기를 수 있다. 근육이 커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잔 근육이 고루 발달한다. 또 집중력이 향상되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박씨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매사에 당당해졌다며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들에게 암벽 등반을 추천했다. 또 그는 “나이가 들어도 신체 능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평생 운동”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실제 이용객 가운데 60·70대가 많다. 박씨와 함께 운동하던 한 50대 후반 이용객은 “올라갈수록 몸에 힘이 빠지면서 높이에 공포를 느껴 신체·정신적 한계를 겪지만 그것을 극복했을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그는 인공 암벽 등반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한 줄을 채 못 쓰던 일기를 10줄 이상 쓸 수 있게 됐다. 그의 추천을 받아 운동을 시작한 동료(60대 초반) 역시 “등산과 다르게 시·공간 제약이 없고 짧은 시간에 힘을 집중해 쓸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영남알프스 국제클라이밍센터 이용하려면
주소: 울주군 상북면 알프스온천5길 103-8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체험 프로그램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
강습 신청: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월 8회 강습
강습료: 월 5만원
1회 자유 이용료: 성인 평일 3000원, 주말 4000원/
만 19세 이하 평일 1000원, 주말 2000원(4시간 기준)
체험 프로그램 비용: 성인 평일 3000원, 주말 4000원/
만 19세 이하 평일 1000원, 주말 2000원(30분 기준)
*매주 월요일 휴관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체험 프로그램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
강습 신청: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월 8회 강습
강습료: 월 5만원
1회 자유 이용료: 성인 평일 3000원, 주말 4000원/
만 19세 이하 평일 1000원, 주말 2000원(4시간 기준)
체험 프로그램 비용: 성인 평일 3000원, 주말 4000원/
만 19세 이하 평일 1000원, 주말 2000원(30분 기준)
*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