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먼저 시작된 모임은 한국당 재선 의원 19명의 점심 모임이었다. 11시 30분 시작된 자리에서 김진태ㆍ박대출ㆍ이완영ㆍ이우현ㆍ이장우 의원 등 친박 성향의 의원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들은 “당 혁신위가 홍 대표의 홍위병 노릇을 하고 있다”, “홍 대표가 서청원 의원과 진흙탕 싸움을 벌인 것은 부적절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모임이 끝난 후 주로 나온 이야기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장우 의원은 “대부분 의견이 일치된 건 분열의 정치가 아닌 대통합을 하는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출당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대통합에는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등의 출당에 반대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날 식사자리에서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속도 조절’에 집중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 등 인적청산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만 식사 초반 “당이 화합해야 하는 만큼 표결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게 전부였다.
친박계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당내 문제는 최고위원들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며 “(협의 방식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안했다. 앞으로 협의를 할 때 맞춰가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모임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원론적 이야기만 하더라”며 “내일이나 모레 최고위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인다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들었다”고 말했다.
오후 2시에는 초선 의원 37명도 국회에서 만나 2시간가량 회동을 했다. 반면 초선 의원들은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모임을 주도한 김성원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나 홍 대표의 책임론에 대한 문제가 상당히 많이 나왔고, 찬반 논리가 많이 있었다”며 “11월 8일 초선 모임을 다시 가져 초선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발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만 말했다.
당내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3일 최고위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가 결론 날 지도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홍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은 2일 자정이면 무조건 출당되는 것”이라며 “3일 최고위는 의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윤리위로부터 출당 결당을 보고받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재선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반발이 계속될 경우 홍 대표가 한차례 더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대표 취임 후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등 인적청산을 위해 노력해온 만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절차적 문제는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일 재선의원과 3선 의원을 잇달아 만나기로 했다.
안효성ㆍ백민경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