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키워드 분석해보니....경제 39회, 성장 15회, 분배는 0회

중앙일보

입력 2017.11.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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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일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39회 언급했다. ‘국민(70회)’ 다음으로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쓴 단어다. 주로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인 ‘사람중심 경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는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국민의 삶이 증명하듯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사람중심 경제’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의 3대 축으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를 꼽으면서 ‘성장’은 15회 언급했다. 지난 6월 국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연설 때 ‘성장’이란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5회였다. 반면 당시 2회 언급했던 ‘분배’는 1일 연설에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분배에서 성장으로의 기조 이동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서민층의 소득증대는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라며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7월부터 5세 이하 아동에 대한 아동수당으로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을 월 25만원(현행 20만원)으로 인상하고 지급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4차 산업혁명과 벤처창업으로 새로운 성장기반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성장 예산을 중점 반영했다”고 강조한 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총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를 13회 언급하며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조1000억원 증가한 19조2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 집배원, 근로감독관 등 민생현장 공무원 3만 명을 늘리고,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1만 2000개를 만들겠다”며 “고용을 늘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1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평화’를 7회 언급했다. 그는 “새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환경에서 출범했다”며 “정부는 당면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을 5대 원칙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안보’를 6회 언급하며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국방 예산을 2009년 이후 최고 수준(6.9%)으로 증액한 사실을 밝히며 “특히, 방위력 개선 예산을 10.5% 대폭 확대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운영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38분간의 연설에서 지난 6월 추가경정예산안 연설 때와 같이 파워포인트(PPT)를 활용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