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부산대 재학생 A씨(28·여)는 지난달 26일 오후 7시 교내에서 검은색 모자를 쓴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스타킹을 신은 자신의 다리에 검은색 잉크를 뿌린 뒤 도망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대에서 여학생 스타킹에 잉크 뿌리고 도주하는 사건 빈발
피해 여학생들 “더러워진 스타킹 버리면 훔칠 목적으로 범행 추정"
경찰 “신체 접촉이 없기에 성범죄 아닌 재물손괴죄로 취급할 수밖에”
부산대 사회관계망인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불안을 호소하는 재학생의 글이 넘친다. 부산대 학생들은 범행 용의자가 잉크를 묻은 스타킹을 버리면 이를 가져갈 목적으로 이런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있었던 일명 ‘강남역 스타킹 테러남’ 사건의 모방 범죄로 의심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당시 강남역 인근에서는 한 남성이 스튜어디스 복장의 여성들에게 16차례에 걸쳐 스타킹에 검은 액체를 뿌리고 이 여성들이 스타킹을 새 것으로 갈아신은 후 버리면 훔쳐가는 일이 있었다.
경찰은 다수의 여성이 공포와 성적 수치심을 느끼더라도 현행법상 성범죄자가 아닌 ‘재물손괴죄’ 혐의로 사건을 취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성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여성청소년과가 아닌 형사과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부산 금정경찰서 관계자는 “범죄자가 여성에게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지 않아 성범죄자로 보기는 어렵다”며 “스타킹을 잉크로 훼손했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스타킹이 고가의 재물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 수위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소극적 대응이 잠재적 성범죄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성계에서 제기된다.
부산대 페미니즘 동아리 김현미 회장은 “여성들이 실제로 느끼는 공포와 경찰의 집행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