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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유리정원' 영화 리뷰
이는 신수원 감독 특유의 판타지적 상상력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단편 ‘순환선’(2012)은, 그 아내(김영선)가 닭을 출산하는 장면을 통해 주인공 상우(정인기)가 중년 남성으로서 느끼는 무력감과 공포를 독창적으로 드러냈다. ‘명왕성’(2013)은 입시 경쟁과 학교 폭력의 긴장을 사제 폭탄으로 터뜨렸다. ‘VIP 병동’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차별적 현실을 해부하는 ‘마돈나’(2015)는, 두 여성 주인공의 삶이 겹쳐 보이는 장면을 판타지로 연출했다. 판타지를 통해 오히려 현실 문제를 날카롭게 비추는 것이야말로 한국영화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신 감독 영화의 개성이다.
‘유리정원’은 그 긴장을 장면의 분위기, 특히 숲 장면의 신비하면서도 불안한 느낌, 그것이 나타내는 강렬한 상징으로 표현하려 한다. 그만큼 장면 장면이 얼마나 그럴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느냐가 중요하다. 그 점에서 ‘유리정원’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재연의 연구로 사람이 점점 초록의 피가 도는 나무가 되어가는 모습이 그럴싸하게 보이지 않는 나머지, 신비로운 동시에 섬뜩하고, 아름답고도 슬픈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끼기 힘들다.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시도가 무색해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TIP 문근영이 영화 주연으로 나선 건,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이철하 감독)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 스파이크 존즈 감독) 비밀의 숲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세계.
‘마돈나’(2015, 신수원 감독) 신 감독 특유의 현실 비판적 판타지의 개성을 더 맛보고 싶다면.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