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가 최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 돈 전달에 관여한 사건 관련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여름 청와대 측 인사가 국정원 쪽으로 연락해 ‘안 되겠다. 당분간 돈 전달은 하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우병우-미르’ 보도 터지자 돈 차단
검찰 “불법 인식 있었다는 방증”
사용처 추적 중, 개인유용 정황
윗선 또는 정치권 유입 배제 못해
검찰은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안봉근(50) 전 대통령 제2부속비서관과 이재만(50)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관계자의 자금 흐름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상반기부터 매달 1억원씩 제공되던 돈(국정원 특수활동비)이 2016년 7월을 기점으로 끊겼다.
검찰은 ‘2016년 7월’이라는 특정 시점에 ‘상납’이 끊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는 ‘우병우 처가-넥슨 땅거래 의혹’ 보도(7월 18일), ‘미르-K스포츠재단 청와대 개입’ 보도(7월 26일) 등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주는 보도가 연이어 나온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재만 전 비서관 등 청와대 측 인사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정원 돈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상납을 중단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다급히 돈을 차단시킨 것은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와 국정원 측 모두 이렇게 돈을 주고받는 게 불법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봉근ㆍ이재만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확인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사용처를 일부 확인했는데 이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있다고 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데 돈이 쓰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상납이 활발했던 지난 2014년 안봉근ㆍ이재만 전 비서관이 서울에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도 국정원 돈이 사용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 돈이 ‘윗선’으로 전달됐거나 정치권 지원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