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대북 '최대의 압박' 지지…'최대의 관여'도 필요"
이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인) ‘최대의 압박’을 지지한다”면서도 “‘최대의 관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대의 관여에는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북한 주민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서구사회의 정보와 더 많이 접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독일 통일 전 동독 사례를 들며 “동독 주민들이 수십 년 간 서독 방송을 보지 못했다면 통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남한 방송을 볼 수 있는 선진화된 기술이 있는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아이들이 게임과 영화 등이 저장된 마이크로SD 카드를 검열을 피하기 위해 콧구멍에 숨기는 것에 빗대 ‘콧구멍 카드’로 불리고 있다는 일화까지 소개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태 전 공사는 “국제사회의 지적이 북한 내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수용 당시 외무상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참석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외화를 벌기 위해 해외로 파견 나간 노동자들에게 건설 현장에서 안전모 착용을 강조하는 최근 분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포함해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한 배경과 관련해 “정통성 부족이 걸려 있다”고도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3남인 사실을 모르고 있고, 조부인 김일성과 찍은 사진 한 장도 없는 김정은 입장에선 늘 불안한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권 초기에 자신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의 간부들에 대해 못마땅해 했고, 대대적인 숙청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해석이다.
또 그는 김정일 집권 시기인 2009년 전격 단행했다가 실패한 화폐개혁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서두르게 한 원인으로 짚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은 화폐개혁이 처음"이라며 "김정은은 주민의 경제적인 생존을 위협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화폐개혁 실패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집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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