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기네요.”
선수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형님
감독 맡자 몸 낮추고 팀 다독여
정규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
취임 3년째를 맞은 김 감독에게 KIA 구단은 힘을 실어줬다. FA(자유계약선수) 타자 최대어 최형우를 총액 100억원에 데려왔다. FA로 풀린 에이스 양현종과 지난해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 헥터도 붙잡았다. 군복무를 마친 김선빈과 안치홍까지 합류한 KIA는 한국시리즈 3연패(連覇)를 노리던 두산을 가볍게 물리쳤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는 시즌 초반 선두에 오르며 순항했다. 하지만 위기는 여러차례 있었다.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와 김주찬이 시즌 초 부진했다. 버나디나는 4월까지 타율 0.255, 1홈런에 그쳤다. 김주찬의 슬럼프는 더 깊었다. 6월 초까지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김기태 감독은 버나디나에게 메이저리그 시절 활약했던 영상을 보여주며 기를 북돋았다. 김주찬의 부진에 대해선 “내가 책임진다”며 그를 독려했다. 버나디나는 KIA의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김주찬은 후반기 맹타를 휘두르며 3할대 타율 (0.309)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4차전까지 1안타에 그쳤던 이범호를 빼지 않았다. 이범호는 결국 5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김기태 감독은 현역 시절 후배들을 앞장서서 이끄는 스타일이었다. 대스타인 이승엽도 ‘형님’으로 깍듯이 모실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지도자가 된 뒤 김 감독은 스스로 몸을 낮췄다. 선수 기용에 있어서는 전담 코치들에게 전권을 부여했다.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야구와 팀에 대한 예의만 지킨다면 자유를 줬다. 좋은 플레이를 한 선수를 칭찬하기보단 실수를 저지른 선수를 먼저 찾아가 다독였다. KIA 선수들은 올시즌을 앞두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계약기간(3년)이 종료되는 김 감독의 재계약을 원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마침내 김 감독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보답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