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K리그 영웅 이동국, 아름답게 보내야할때...몸 던지는 축구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7.10.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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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콜롬비아, 세르비아와 평가전 대표팀 선수 명단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팀과 붙더라도 내 몸 하나 던지면서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해야한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밝힌 각오다. 대표팀은 11월10일 수원에서 콜롬비아, 14일 울산에서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신 감독은 이날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황태자'라 불렸던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산 공격수 이정협(26)을 발탁했다. 이정협은 지난 3월 시리아, 중국전 이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정협은 A매치 18경기에 출전해 5골을 터트렸고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에 기여했다.
 
신 감독은 최근 살아난 손흥민(토트넘), 무릎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해외파와 함께 이근호(강원), 이재성(전북), 염기훈(수원) 등 국내파를 호출했다.


대표팀은 최근 러시아, 모로코와 평가전에서 완패를 당해 축구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정신적 투혼을 발휘해야한다. 한발 더 뛰는 모습을 강조하려한다"며 "팬들이 '대한민국 축구가 정신력이 살아있구나,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날 K리그 200호골을 터트린 38살 노장 공격수 이동국(전북)을 제외했다. 신 감독은 "이동국이 골도 넣고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K리그 영웅을 아름답게 보내줘야된다고 생각한다. 이동국이 골을 못넣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영웅을 한명 잃을 수 있다. 이젠 아름답게 보내줘야한다"며 "이동국이 골은 넣고 있지만 내년 월드컵까지 뛰어주고 싸워주고 부딪혀줘야하는데, 그런것까지 할수 있나 의문점이 남아 이젠 놔줘야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콜롬비아, 세르비아와 평가전 대표팀 선수 명단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 선발 배경은.
"11월 평가전은 제가 감독 부임하고 최정상의 멤버로 경기에 임하는 경기다. 이제까지 경기력 좋지 않았던 점을 인정한다. 홈에서 월드컵에 나오는 콜롬비아, 세르비아를 상대로 경쟁력이 있는지 실험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청용과 김신욱 등이 빠졌는데 이제부터 배제하는건가.
"완전히 배제된건 아니다. 제 색깔에 부합할 수 있는 멤버를 구상했다. 이청용과 김신욱은 컨디션이 올라오면 합류할 수 있는 선수 중 한명이다."
 
-올림픽 대표 감독 시절 수비수였던 정승현(사간도스)를 최초발탁했다.
"정승현은 2016 리우 올림픽에 같이 갔었다.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스토퍼지만 빌드업을 잘한다. 젊고 파이팅이 좋다. 수비수들이 파이팅이 있어야하지 않을까해서 발탁하게됐다."
 
-공격수 이정협을 오랜만에 발탁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준우승) 때 코치로 같이해봐서 장단점 알고 있다. 이정협은 앞에서 많이 뛰어주고 빠져들어가는 선수다. 우리가 상대보가 강하다고 볼수 없다. 최전방 1선부터 강하게 부딪혀줘야 2선, 3선이 안정적으로 갈수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는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데.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투톱으로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2경기를 다 보면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주위에 받쳐주는 선수가 누가 있느냐에 따라서 손흥민의 기량이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동국을 발탁하지 않았는데.
"이동국은 어제 K리그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왔다. 이동국이 골도 넣고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K리그 영웅을 아름답게 보내줘야된다고 생각한다. 이동국이 골을 못넣고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영웅을 한명 잃을 수 있다. 이젠 아름답게 보내줘야한다. 이동국이 골을 넣고 있지만 내년 월드컵까지는 뛰어주고 싸워주고 부딪혀줘야하는데, 그런것까지 할수 있나 의문점이 남아서 이젠 놔줘야되겠다고 생각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소집때 어떤점을 강조할 계획인가.
"우린 좀 더 강해져야한다. 선수들도, 저부터도 강해져야한다. 저도 쓴소리를 많이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정신적 투혼을 발휘해야한다. 한발 더 뛰는 모습을 강조하려 한다. 우리나라 축구수준이 최정상급은 아니다. 희망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협상 중인 외국인 코치 합류 여부는.
"11월부터는 아마 합류할 것으로 본다. 계약성사단계에 있고 최종사인만 남았다. 다음주에 입국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월드컵과 유로에 두번나갔고, 우승경험도 있는 코치진이다. 저와 우리팀에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정무 감독이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박지성에게 주장완장을 맡겼듯, 손흥민에게 주장을 맡길 생각은 없나.
"우리팀이 좋아진다면 손흥민 뿐만 아니라 막내한테도 주장을 줘야한다. 하지만 그런모습보다 우리가 어느선에서 잘할수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어느팀과 붙더라도 내몸하나 던지면서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해야한다. 경기장을 찾고 TV로 시청하는 팬들이 '한국축구 정신력이 살아있구나. 대한민국 축구가 아직 죽지 않았구나'라고 느낄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월드컵에서 강팀을 상대로 많이 뛰는 실리축구를 구사할 계획인가.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는 월드컵에 진출한팀이고 월드컵에서도 만날 수 있는 팀이다. 우리 선수들이 동등하게 우리 색깔 축구를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앞에서 젊은 선수들이 부딪히고 뛰어주는 축구를 전개하려한다."
 
▶축구대표팀 명단 
골키퍼=김승규(비셀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
수비수=김영권(광저우) 장현수(FC도쿄) 권경권(톈진) 정승현(사간 도스) 김진수(전북) 고요한(서울) 김민우(수원) 최철순(전북)
미드필더=기성용(스완지시티) 정우영(충칭) 이창민(제주) 주세종(서울) 권창훈(디종) 이재성(전북) 손흥민(토트넘) 염기훈(수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명주(서울)
공격수=이정협(부산) 이근호(강원)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