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개막이 내년 2월 9일, 100일 남짓 코앞으로 다가왔다. 6년 전 강원도 평창이 삼수(三修)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프랑스 안시와 독일 뮌헨을 제치고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을 때의 감격이 새롭다. 엊그제 그리스의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한 평창 올림픽 성화를 우리 축구 영웅 박지성 선수가 들고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평창 올림픽의 막이 사실상 올랐음을 실감한다.
평창이 6년 전 안시·뮌헨 제치고
올림픽 개최지가 된 감격 새로워
100여 일 후 평창 올림픽 개막은
남북한 하나 되는 열정의 장으로
지금까지 여름·겨울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러시아 등 7개국에 불과하다. 이 밖에 축구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1년·대구)까지 4대 주요 국제대회를 개최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이탈리아·일본·러시아·한국뿐이다. 미국·영국도 아직 하지 못했다. 평창 올림픽은 그랜드슬램의 완성판이다. 금세기에 평창 올림픽 같은 호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90년 남북 통일축구대회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한 차례씩 열리면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시작됐다. 이듬해에는 남북한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했다. 스포츠가 남북 해빙과 교류를 선도했다.
남북한은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안게임과 대구 여름유니버시아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과 도하 아시안게임,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안게임까지 총 9차례 종합대회 개회식에서 사이좋게 공동 입장을 했다. 이런 역사를 만드는 도정(道程)에서 남북 간 긴장이 크게 불거진 기억이 없다.
평창 올림픽을 외면하다시피 했던 북한이 이번에도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장웅 북한 IOC 위원)라고 하면서 전향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나름대로 선수 선발 절차를 진행하는 것 같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 직후 열리는 평창 2018 패럴림픽 참가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다행이다. 이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평창 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다. 이는 모두가 ‘하나 된 열정’으로 동계 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인의 공감을 연결하고 언제 어디서나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으며, 동계 스포츠의 지속적인 확산에 지평을 열어간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하나 된 열정’을 불사르고 나누는 데 남북한이 등 돌릴 이유가 없다. 남북한이 ‘하나 된 열정’을 공유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의 참가는 미국과 북한 간의 팽팽한 긴장을 푸는 실마리도 될 것이다. 이제 2011년 평창의 감격을 되살리는 일이 남았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 우리 모두 성화를 들자.
이세웅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서울 부의장·전 대한적십자사 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