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도 시진핑에 보고 … 상하이·광둥서기도 ‘시파이’ 장악

중앙일보

입력 2017.10.30 01:41

수정 2017.10.30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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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신시대 <6> 발 빠른 1인 체제 구축
중국 공산당 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시진핑(習近平) 1인 권력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 개혁·개방 이래 40년 가까이 확립된 집단지도체제를 허무는 조치들이다. 이와 함께 발 빠른 후속 인사로 상하이방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등 다른 계파의 색채가 짙었던 상하이와 광둥(廣東)성까지 시진핑 친위세력인 ‘시파이(習派)’들이 장악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2기 체제에 접어들면서 상무위원 7명은 더 이상 대등한 권한과 권력을 나눠 갖는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시 주석은 지난 27일 새 지도부 확립 후 첫 정치국 회의를 열어 ‘당 중앙 집중영도 강화 호위에 관한 약간의 규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정치국원 25명 전원이 당 총서기인 시 주석에게 매년 서면으로 업무보고를 하도록 했다. 과거에 없던 일이다.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든 누구든 예외가 없다.

정치국원 25명 전원 서면 업무보고
정치국 회의선 ‘영수’ 호칭 공식화
덩샤오핑의 집단지도체제 무너뜨려

시진핑 측근, 베이징·충칭·톈진 이어
31개 성·직할시 중 노른자 5곳 차지

중국 19차 당대회 이후 첫 인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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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鄧小平)이 설계한 집단지도체제 아래에서 총서기는 상무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만 가질 뿐 표결·발언권은 나머지 상무위원들과 동등했다. 분공제(分工制)라 하여 각각의 상무위원이 담당하는 고유 업무 분야에 대해서는 총서기조차 관여할 수 없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엔 9명의 상무위원 사이에 이런 전통이 잘 지켜져 ‘구룡치수(九龍治水)’란 용어가 나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 주석 이외의 다른 용은 존재할 수 없게 됐다.
 
정치국 회의는 또 “시진핑 총서기가 모든 당이 옹호하고 인민이 우러르며 ‘영수(領袖)’ 칭호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임을 강조하며 ‘영수’ 칭호를 공식화했다. 마오쩌둥 시절 붙이던 영수 호칭은 개인 숭배 색채가 짙다 해 최근까지 중국에선 사용이 금기시돼 오던 용어다. 28일 전문이 공개된 새 당장(黨章)도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권위와 지도를 확고하게 지킨다”는 구절을 신설했다.


시 주석은 당 규범의 개정에 후속 인사를 단행하며 1인 체제 다지기에 들어갔다. 특히 수도 베이징에 버금가는 중요 지역인 상하이와 광둥의 1인자에 자신의 측근을 심어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게 눈에 띈다.
 
시 주석은 29일 리창(李强) 장쑤(江蘇)성 서기를 신임 상하이 서기로 임명했다. 리창은 시 주석의 저장(浙江) 서기 시절 비서였다. 이로써 잉융(應勇) 시장과 함께 상하이의 1, 2인자는 모두 시파이로 교체됐다. 1990년대 이후 당내에서 강고한 세력을 구축해 온 상하이방(上海幇)과 ‘장파이(江派·장쩌민 계파)’는 텃밭인 상하이마저 내놓게 됐다.
 
광둥성 서기에는 리시(李希) 랴오닝(遼寧)성 서기를 이동 배치했다. 리시는 시 주석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동료인 리쯔치(李子奇) 간쑤(甘肅)성 서기의 비서를 지냈으며 시 주석이 30대 초반 청년이던 시절부터 친분이 두텁다. 광둥은 중국에서 역내총생산(GRDP) 1위인 개혁·개방 1번지로 정치·경제적 비중이 큰 곳이다.
 
리창과 리시의 전·현 근무지가 모두 공산주의청년단(공산당) 제1서기 출신들이 서기를 맡았던 곳이란 점도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리창의 전 근무지 장쑤는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이 서기로 근무하며 공청단 출신들로 요직을 채웠던 곳이다. 리시의 전 근무지 랴오닝 역시 공청단 제1서기 출신인 리커창 총리가 근무했던 곳이다. 두 사람은 각각 가차 없는 사정과 비리 적발로 전임자들이 남겨 놓은 인적 잔재를 청산했다. 리시의 새 임지인 광둥 역시 공청단 제1서기였던 후춘화(胡春華) 정치국원이 5년간 집정(執政)했던 곳이다.
 
시 주석은 이번 상하이·광둥 인사로 차이치(蔡奇)의 베이징, 천민얼(陳敏爾)의 충칭, 리훙중(李鴻忠)의 톈진과 함께 31개 성·직할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지방 5곳을 모두 자신의 핵심 측근들로 채우며 친정 체제를 굳혔다. 덩샤오핑 이래 그 어느 집권자도 못했던 일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