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브랜드 수요층이 탄탄한 삼성물산은 과거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을 앞세워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엔 신규 수주를 자제하는 추세다. 올해는 수주전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아 철수설까지 시달렸다. ‘e편한세상’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크로(Acro)’를 통해 한강 변 중심 재건축 수주에 강세를 보였던 대림산업도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삼성물산·대림산업 전통 강자 주춤
현대, 반포주공 따내며 화려한 복귀
대우도 과천·신반포 2조원대 수주
스카이 브릿지 등 품질 경쟁 치열
이사비·선물 제공, 혼탁 부작용도
거침없는 GS건설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은 건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2000년대 초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진행해 브랜드와 회사 자금 사정을 따지는 조합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당시 수주를 많이 못 한 설움이 있다. 하지만 역대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 수주전에서 지난달 GS를 제치고 시공권을 따내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덕분에 올해만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수주 실적을 올리며 1위 자리에 올랐다.
롯데건설도 올해 공격적인 수주 행보로 1조8000억원이 넘는 일감을 확보했다. 그룹 숙원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집중하다보니 수주전에 소홀하다 최근 들어 공격적인 수주로 전환했다. 지난달 신반포 13차 수주전에선 효성건설을, 최근엔 잠실 미성·크로바 수주전에서 GS건설을 제치고 일감을 따냈다.
올해 남은 수주 격전지로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강남구 대치동 쌍용2차 등이 꼽힌다. 반포1단지 3주구는 1·2·4주구 수주전에 가렸지만 교통 요지에 있어 건설사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12월 열릴 예정이다.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두산건설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육 특구’ 대치 쌍용2차도 다음달 초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과열된 수주전은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만 아파트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1970~80년대 지은 빽빽한 고층 ‘성냥갑 아파트’는 2000년대 후반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주차장을 지하화해 지상 공원으로 꾸민 2세대 아파트로 진화했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는 한강을 바라보며 수영하는 ‘인피니티 풀’, 아파트 최상층을 연결한 ‘스카이 브릿지’, 오페라하우스와 실내 아이스링크·워터파크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 호텔급 서비스같은 소프트웨어까지 갖춘 3세대 아파트로 거듭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혼탁상은 숙제로 남았다. 고가 선물·식사 제공에 ‘7000만원 이사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반포주공 1단지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수주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난 건설사의 시공권을 박탈하고 입찰에서 배제시키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