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출범한 코스닥 시장은 1999년부터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영광은 짧았다. 이듬해인 2000년 3월 2834.4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코스닥은 버블이 터지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해 말 525.8까지 내리며 9개월 사이 81% 폭락했다. 대주주 배임·횡령은 심심찮게 발생했다. 코스닥이 네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그 해가 마지막 이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코스닥은 여전히 2부 리그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7일까지 코스피가 23%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9% 올랐다. 그나마 이달에는 6%가량 올라 올해 부진을 만회했다. 그러나 “내 종목이 올랐다”고 말하는 코스닥 투자자는 드물다.
쏠림 현상 개선 안되는 자본시장
바이오 시총 비중도 41%로 절대적
이익 많이 내는 전기·전자업은 29%
정보접근 어려워 ‘눈감고 투자’ 많아
바이오 업종이라도 다 오르는 건 아니다. 개미 투자자 김모 씨(45)는 2년 전 바이오 열풍에 힘입어 한 코스닥 바이오 업체에 투자했지만 지금 가격은 3분의 1로 떨어져 있다. 김 씨는 “잘 나가는 바이오 종목도 많은데 이미 손절 시기를 놓쳐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들고 있다”고 말했다. 수급 쏠림이 극심하고 가격 변동도 크다보니 코스닥에서 분산 투자나 장기 투자는 먼 나라 얘기다.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정보의 부재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순이익 예상치는 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1%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적만 보면 코스피 부럽지 않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는 총 1258개다. 그러나 과거 실적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종목은 230여 개에 불과하다.
특히 성장성이 더욱 중요한 투자 가치로 여겨지는 코스닥에서 정보 부재는 안대를 차고 투자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성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흔히 작은 기업이 큰 기업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정보가 투명하지 않거나, 정보가 아예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코스닥 시장에선 기술력뿐 아니라 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그런 정보가 없다면 불완전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수급이 따라주지 않는다. 2012년부터 5년 동안 기관 투자자는 코스닥 종목을 누적으로 10조원 순매도(매도 금액에서 매수 금액을 뺀 것)했다.
무엇보다 첫단추는 상장 단계에서의 옥석 가리기다. 투자자가 코스닥 투자를 통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매대에 좋은 기업을 진열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술특례 상장제도(기술이 좋으면 상장 심사 완화)로 상장했지만 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영업 적자를 보고 있는 곳도 적지 않은데 이런 기업이 많아지면 코스닥 물을 흐리게 될 것”이라며 “실적 전망이 좋지 않거나 성장성이 떨어진 기업은 내보내야 투자자 신뢰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에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라면 코스피 시장보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심있는 종목에 대해선 꾸준히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