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공항에서 “9월 3일 서 의원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그리곤 “1시간 30분 듣기만 했다. 듣는 도중에 얼핏 그 이야기(녹취록)를 하면서 협박을 하더라. 그래서 그날 내가 느꼈다. 이런 사람하고는 정치 같이하기 어렵겠다”라고 했다. 이어 “8선이나 되는 분이 어떻게 그리 유치한 짓을 하는가. 새카만 후배 도와주진 못할망정 협박이나 하다니, 해 볼 테면 해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청원 의원 측은 “홍 대표는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함부로 이야기하는 탁월한 기술자”라며 “곧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앞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해외 국정감사를 마치고 26일 귀국한 서 의원은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에게 “그 양반(홍준표)이 내일모레 온다니까, 오면 어차피 내가 한 번 정확한 입장을, 팩트를 말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공방 가운데 선 인물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다. 서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윤 부회장은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아 홍 대표에게 그 돈을 건넨 혐의로 2015년 4월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홍 대표와 서 의원이 윤 부회장 문제로 통화했다는 건 두 사람 공히 인정하는 사실이다. 엇갈리는 건 구체적인 통화 내용, 그리고 이 녹취록이 존재하는가 여부다.
결국 두 사람의 대결은 녹취록에 모아지게 됐다. 서 의원으론 녹취록을 내놓지 못하게 되면 ‘공갈포’만 내질렀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녹취록이 실재하고 또 그 안에 홍 대표의 뇌물 수수 의혹을 입증할 만한 내용이 담겼다면 홍 대표로선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둘의 대결 결과는 곧바로 친박 청산 및 보수통합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녹취록이 보수 재편 판도라의 상자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홍 대표 측은 최고위에 출당 안건을 아예 상정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자동출당’ 카드다. 근거는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사람은 10일 이내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 없이 바로 제명 처분한다”는 윤리위 규정 21조 3항이다. 홍 대표 측 인사는 “홍 대표가 앞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최고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한 것은 의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보고 사항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전형적인 견강부회”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박의 논거는 “당원에 대한 제명은 위원회 의결 후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는 윤리위 21조 2항이다. 실제 표 대결이 아닌 안건 상정 여부를 두고서도 양측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최고위는 다음달 2일 혹은 3일 열릴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