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44% 하루 6시간 못자…올바른 수면 습관 기르려면?

중앙일보

입력 2017.10.29 14:03

수정 2017.10.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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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10명 중 4명은 하루에 6시간도 못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한국의 권장 수면시간은 8시간이지만, 고교생 10명 중 4명은 하루 6시간도 잠을 못 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학업 부담으로 인한 청소년의 수면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여고생은 절반 이상이 하루에 6시간도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전국 765개 표본학교 학생 8만288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9월 식생활·수면·개인위생·음주 등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것이다.

김병욱 의원. 초중고 평균 수면시간 공개
초 3%, 중 12%, 고 44% ‘6시간 못 잔다’

6시간 못자는 여고생 53%로 절반 이상
사교육 등 학업부담이 수면 부족 이유

김 의원 “야간 자율학습, 0교시 폐지 필요”
전문가 “수면부족은 학습능력 저하시켜”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의 수면 시간은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줄어들었다. ‘하루에 6시간 이내로 수면한다’고 답한 초등학생 비율은 3.0%에 불과했지만, 중학생은 12.0%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고교생은 43.9%가 하루에 6시간도 못 잔다고 답했다.


특히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면시간이 적었다. 남고생은 6시간 이내 수면 비율이 35.6%인데 반해, 여고생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하루 6시간 이내로 자는 고교생 비율은 대전지역이 61.6%(남학생 59.7%·여학생 63.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경북(50.4%)·부산(49.2%)·서울(48.9%)·제주(48.5%) 등이 이었다.
 
청소년 수면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 중고생의 주중 평균수면 시간을 조사한 결과 중학생은 하루 평균 7.1시간, 고교생은 5.7시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학생들은 충분히 잠을 못 자는 이유에 대해 ‘야간 자율학습’ ‘학원 및 과외‘ ’숙제 및 인터넷 강의’ 등을 꼽았다.
 
김병욱 의원은 “고교생의 절반가량이 학업과 입시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하루에 6시간도 잠을 못 자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학생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무리한 야간자율학습이나 0교시 의무 운영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면 부족은 오히려 학업능력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한다. 잠을 충분히 못자면 수면 등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호르몬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신의진 연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멜라토닌은 일반적으로 밤 9~11시 사이에 분비되는데, 청소년기에는 멜라토닌 분비가 2~3시간 정도 늦어진다. 자정을 넘기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질 좋은 수면 위해선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생체리듬을 깨뜨려 불면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잠들기 잠자리에 들기 전 1시간 전부터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고 조언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