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내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의 이기적인 행동과 지나친 간섭 때문에 늘 불행했어. 자식들도 다 자랐으니 이제 그만 연금 나눠 갖고 이혼해야겠다.”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15)
'분할연금' 이혼후 생계 걱정 덜워줘
재혼해도 생존해 있는 한 계속 받아
퇴직연금·개인연금은 분할 안 돼
국민연금은 벌써 오래전인 1999년 분할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가사나 육아 활동 등으로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이혼한 배우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공무원연금은 2016년에 와서야 제도가 도입됐다. 재산분할 소송에서 연금을 나눠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몇 번 나고서다. 참고로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을 준용하고 있으며, 군인연금은 아직 분할연금이 없다. 또한 사적연금인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는 분할연금제도가 없다.
“이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결단을 내리는데, 결정적 도움이 되는 것이 ‘분할연금’이다. 이혼 후 먹고 살 걱정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분할연금이 황혼이혼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어쨌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제도가 됐다.
분할연금은 ‘연금제도 가입기간 중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①배우자와 이혼, ②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받을 권리 취득, ③연금수급 개시연령 도달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다. 내용이 복잡한 만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연금제도 가입기간 중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일 때만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 연금보험료 납부를 최소 5년 이상 뒷바라지한 배우자만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분할연금은 당연히 이혼 후 청구해야 한다. 별거나 가출 상태에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배우자였던 사람이 연금을 받아야 분할연금도 받을 수 있다. 아직 보험료를 내고 있거나 퇴직은 했지만 연금 받을 나이가 되지 않았다면 분할연금도 받을 수 없다.
또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받고 있어도 분할연금을 받을 사람이 아직 연금 받을 나이가 되지 않았다면 해당 연령까지 기다려야 한다. 참고로 국민연금의 분할연금 개시연령은 1953~56년생 61세, 1957~60년생 62세, 1961~64년생 63세, 1965~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 65세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2021년까지 60세이며, 그 이후로 2~3년에 1세씩 연장되어 2033년부터 65세가 된다.
소송으로 50% 이상 분할 가능
분할연금액은 배우자였던 사람의 노령연금액 또는 퇴직연금액 중에서 ‘연금제도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였던 사람의 공무원 재직기간이 30년이고, 퇴직연금액이 300만원이라면 공무원 재직기간 내내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이혼한 사람의 분할연금액은 150만원이다. 또한 동일 조건에서 재직 중 혼인 기간이 15년이면 75만원의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분할연금은 균등 분할이 원칙이다. 하지만 당사자 간의 협의나 재산분할 소송을 통해 분할비율을 따로 정할 경우 그 비율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배우자였던 사람의 잘못으로 이혼한 경우 협의나 소송을 통해 연금을 50% 이상 분할 받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로 분할연금을 받을 사람이 혼인기간 중에 외도 등으로 가출해 가정에 소홀했다면 그 경우에도 연금을 분할해줘야 할까? 현행법은 분할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배우자의 가출이나 별거 등 실질적 혼인기간으로 볼 수 없는 기간은 분할연금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데, 아직 관련규정의 정비가 남아있다.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수급 요건을 모두 갖춘 날로부터 국민연금은 5년, 공무원연금은 3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청구시효가 소멸되어 받을 수 없다.
분할연금은 수급 요건을 충족한 달부터 사망한 달까지 받는다. 연금을 분할해준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해도 분할연금 수급권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계속 받을 수 있다. 또 배우자였던 사람이 재취업 등으로 소득이 있어 연금정지 상태에 있더라도 분할연금은 이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
분할연금은 유족연금으로 승계되지 않는다. 따라서 분할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하면 연금도 종결된다. 다만, 배우자였던 사람이 살아 있으면 그 사람에게 분할연금이 되돌아가 분할 전의 연금 전액을 지급하게 된다. 참고로 유족연금은 연금을 받는 중에 재혼하면 받을 권리가 상실되지만 분할연금은 재혼해도 계속 받을 수 있다.
분할연금 수급권자도 본인의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 또한 한 사람에게 2개 이상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발생한 경우 각각의 연금을 다 받을 수 있다. 만약 이혼한 사람이 둘 다 국민연금 수급권자이거나 둘 다 공무원연금 수급권자이면 당사자의 협의에 따라 분할연금 대신 각자 자신의 노령연금이나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연금, 2016년 전에 이혼했으면 분할 안돼
분할연금은 제도 시행 이후 수급 요건을 갖춘 사람부터 적용된다. 쉽게 말해 2016년에 분할연금이 시행된 공무원연금은 2016년 1월 1일 이후 이혼한 사람만 받을 수 있고, 그 전에 이혼한 사람은 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2010년에 공무원이었던 배우자와 이혼한 국민연금 가입자가 2017년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경우 국민연금은 절반을 나눠줘야 하는데, 배우자의 공무원연금은 분할연금 시행 전에 이혼했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 이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협의나 재산분할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합리적인 존재다. 그래서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한다. 분할연금, 아프지만 현실이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