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도 대학에서 연구하는 동안 책을 그렇게 많이 사지는 않았다. 웬만해서는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고 논문에 정말 필요한 것들만 제한적으로 구입했다. 그러면서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핑계와 함께 나중에 정규직이 되면 그때는 책을 더 사야지 하는 열없는 다짐만 했다. 그래서 “아아, 책 좀 사줘”라는 나의 말에 “술이나 한잔 살게”라고 답하는 친구들에게, 별다른 대가 없이 독서모임에 초대하고는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내어 놓는 회원들에게 굳이 뭐라고 말을 보태지 않는다.
오늘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는 한 주당 265만원이다. 시가총액만 340조원이 넘는 이 기업의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지식과 예술의 주주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손쉽다. 당신의 책장에 꽂힌 이름 없는 작가들의 책은 언제나 0.1% 이상의 지분 가치를 가진다. 나는 주주들에게 어떤 배당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후원으로든 응원으로든 나의 책을 구매해 주신 분들께 무엇으로든 보답하고 싶다. 우선은 상장폐지 되지 않을 책을(주식을) 계속 쓰는 것으로 갚아나가려 한다. 책을 쓰고 만드는 모두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