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트럼프 방한 전야의 분위기다. 그간 정부는 북한의 도발 앞에서 국제적 흐름과 국내 지지층의 주문 사이를 오가는 정책 선택을 해왔다. 그 결과 대미 관계와 지지층 관리 양 측면에서 어정쩡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평화 주문이 대두된 것이다.
격하게 공세적인 트럼프 방식에
어정쩡한 대응은 좋지 않은 대처
비판보다 인정하는 태도 보이고
일본과 협력하여 미국 설득해야
물론 이 나라들과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될 한국은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가 강하게 평화를 제기할 경우 미국의 행보가 제어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미국과 신뢰가 충분하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면 지금 신뢰 관계는 충분한가? 아마도 대립각을 세워도 될 만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식 사고로는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작 미국이 위협받게 됐는데도 한국은 자신의 이해만 챙긴다고 여길 수 있다. 동맹의 신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역기능이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어려워진 한·중 관계 속에서 중국은 이를 이용할 것이다. 북한도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첫째, 신뢰를 더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설득 입지가 생긴다. 기본은 한국이 동맹으로서 공동의 위협을 회피하지 않고 응분의 책임을 다할 용의를 견지하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처럼 특이한 지도자에 대해서는 도덕적 판단이나 호불호의 감정을 버리고 현실주의로 대해야 한다.
둘째로 만류 작업도 공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조용히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식 접근의 부분적 효용도 인정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설득이 효과적이다. 트럼프식 강압술은 위태로운 점만 빼면 대북 억지에 효용은 있고 중국을 견인하는 성과도 있었다. 트럼프가 인정받기 좋아하고 비판받는 일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셋째, 미국을 만류하는 데 우리 혼자로는 힘이 부친다. 이런 점에서 일본과 협력이 중요하다. 한·일은 위기와 전쟁에 유사한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일 신뢰 수준은 높다. 국내에는 이를 폄하하는 가치 중심 시각이 있으나 정작 우리가 할 일은 일본과 공조해 일본이 가진 신뢰 관계를 우리의 대미 설득에 활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호주 등 역내 미국의 동맹과 공감대를 넓힐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식 대응은 조율 대상이지만 지금 대립각을 세우기에는 축적된 자산이 미진해 리스크가 크다. 신뢰를 다지면서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 출범 이래 짧은 기간의 대미 외교 결과를 갖고는 이 이상 할 수 없다. 지피지기를 잘못하고 오버하면 더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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