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美 환경운동가 "원전은 지도자 신념 아닌 과학의 문제"
경북 경주시 신평동 현대호텔에서 25~27일 3일간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1300여 명의 원전 전문가들이 모여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건 미국의 환경운동가 마이클 쉘렌버거(Michael Shellenberger)였다. 학회 이튿날인 26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원자력은 탄소배출량이 가장 적은 에너지원"이라며 "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부지도 적으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탈원전 로드맵 발표하자 경주 원자력학회 전문가 1300명 모여
미국 친원전 환경운동가 마이클 쉘렌버거도 참석 "원전은 친환경적"
원전 위험하다면서 기술 수출하려는 정부에 "이율배반적" 일침도
쉘렌버거는 "만약 한국의 대통령이 외국에 가서 현대 자동차, 삼성 스마트폰을 들고 '우리는 위험해서 쓰지 않는데 좀 사주세요'라고 말한다고 생각해보라. 원전도 마찬가지다. 탈원전 정책을 펼치고 있는 나라에서 기술을 수입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원전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이 지난해 에너지 수입에 쓴 돈이 92조원인데 그 중 원전 수입 비용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 원전은 전체 에너지원 중에 발전양은 30%로 많지만 비용은 1%도 안 돼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문제는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서 해결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원전 정책은 지도자 개인의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라며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원전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제대로 전력 수요를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달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요계획 실무소위원회는 2030년 기준 전력수요를 100.5GW로 전망했다. 2015년 수립된 7차 계획의 113.2GW에서 12.7GW 낮아진 수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다소비 사업인 4차 산업혁명, 전기자동차 보급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텐데 8차 계획 전망에는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다"면서 "정치적인 입장이 에너지 정책에 왜곡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원자력학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탈원전 로드맵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장은 "공론화위의 권고는 신고리 5·6호기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탈원전이 국민의 뜻이라는 건 자의적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또 "월성원전 1호기의 조기폐쇄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며 탈원전 공약은 수립 때부터 원자력 전문가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된 채 탈핵인사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