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놀자 ③ 파주 문산자유시장
문산자유시장의 변화는 2015년 4월부터다. 상인들과 파주시가 머리를 맞대 시장 이름을 제일시장에서 자유시장으로 바꾸고, 시장에서 1만원만 쓰면 안보관광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파주시가 관광버스와 관광비용을 지원하고 시장 상인회가 운영을 맡았다. 코스는 임진각에서 출발하는 DMZ 관광(어른 9200원)과 똑같다. 김진하(61) 문산자유시장 상인연합회장은 “다른 시장에서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콘텐트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며 “공짜로 안보관광을 시켜주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선 10㎞ 거리 최북단 재래시장
실향민·외국인 등 방문객 2만 돌파
도라산전망대·제3땅굴 등 둘러봐
지역 맞춤 상품·먹거리 개발 숙제
임진강 끼고 버스로 10분이면 민통선
임진강을 끼고 달리던 버스는 10분 만에 겹겹이 바리케이드가 세워진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 닿았다. 검문소에 있던 헌병이 버스에 올라탔다. “모두 신분증을 꺼내주십시오.” 민통선을 통과한 버스는 한갓진 가을 풍광 속으로 빨려들었다.
첫 번째 코스는 도라산전망대. 개성공단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인공기와 태극기, 남북 측 군사분계선이 한눈에 또렷이 들어왔지만 삼엄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도리어 너무 적막하고 평화로워 비현실적이었다. 함께 관광을 하던 류성웅(77)씨가 입을 열었다. “60년대 연천에서 군생활을 할 때만 해도 북한군 애들이랑 수시로 만나 카스텔라도 나눠 먹곤 했는데 말이야. 이렇게 분단이 오래가리라곤 생각도 못했지.” 관광객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바쁘게 버스에 올라탔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제3땅굴. 시청각실에서 영상물을 본 뒤 본격적인 땅굴 견학을 시작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지하 75m까지 내려가니 북한군이 파놓은 땅굴에 닿았다. 굴 안에는 외국인도 많았다. 수학여행을 온 일본 학생들, 인천공항 환승 투어에 참가한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이 진지한 표정으로 분단의 현장을 둘러봤다.
4, 9일 오일장엔 싱싱한 농산물 많아
3시간에 걸친 안보관광을 마친 버스는 다시 시장 앞에 섰다. 미리 장을 봐 둔 어르신들은 점포에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갔고, 시장기가 돈다며 식당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이길순(76)씨는 “일교차가 큰 북녘이어서인지 배추·무 같은 채소가 서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청과점으로 향했다.
문산자유시장은 안보관광 덕분에 많은 방문객을 끌고 있지만 숙제도 많다. 개성 있는 음식이나 특산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은 있다. 2017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돼 3년간 18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김진하 회장은 “문산 특산물인 장단콩과 인삼을 활용한 특산품을 만들고 청년 상인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정보
안보관광은 화~일요일 낮 12시30분, 오후 1시30분 두 차례 운영된다. 문산역까지는 경의선 지하철이 편하다. 문산역에서 시장까지는 500m, 도보로 10분 거리다. 안보관광을 하려면 신분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문산자유시장은 상설시장이지만 매달 4, 9일은 오일장이 함께 열려 지역 농산물을 싸게 살 수 있다.
파주=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