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공방에 가려진 관료사회 ‘세금 잔치’…“전 보훈공단이사장, 대통령 탄핵 중 외유성 출장”
일본의 관광 명소들이다. 19대 대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2일부터 6박7일 간 일본을 방문했던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 이사장과 공단 직원 3명 등 총 4명의 방문처이기도 했다.
이들은 ‘선진 요양시설 시찰’ 명목으로 일본 출장을 갔다. 그러나 이처럼 명소도 빼놓지 않았다. 일본 시찰 경비 2484만원 중 관광지 입장료 50만원도 포함돼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보훈공단은 박 의원 측에 “견학 대상 기관들이 오전 11시 또는 오후 3시 시간대 방문을 희망해 견학 전후 시간을 활용해 인근 문화시설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불과 한 달밖에 안 지난 시기에 준정부기관장이 자리를 비운 것만도 부적절한데 출장 중 공무시간에 공금으로 관광지를 찾은 것은 더더욱 ‘도덕적 해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추궁에 보훈공단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보고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1월 취임한 김 전 이사장은 오는 11월 26일까지가 임기지만 지난 7월 말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지난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골프연습장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 측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사택 내 골프연습장을 총 5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전체 연면적은 437만㎡에 달했으며, 건립에 들어간 비용은 157억원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 새울원자력본부 내 ‘해오름 골프연습장’ 건립 예산을 최근 건설재개 결정이 나온 신고리 원전 5·6호기 부대공사비용으로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한수원 감사를 실시해 도덕적 해이와 근무태만이 없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 포럼 행사에서 단체사진 비용으로만 840만원을 쓴 게 드러났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13일 환경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8월 30일 물관리 일원화 포럼에서 단체사진 비용으로 840만원이 들어갔고 3시간 회의하는 데 1억여원이 들었다”며 “행사 비용이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단체사진 촬영을 위해 4단 계단, 포토월 주문제작, 전문 촬영기사 등이 동원됐다고 한다. 하 의원은 “돈 못 써서 죽은 귀신 들렸냐”고 비판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軍) 최고 지휘관이 사용하는 서울공관의 비효율성 문제도 제기됐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지난 17일 공개한 현황에 따르면 각 군 최고 지휘관의 서울 공관 평균 연면적은 828㎡(250.5평)인데 연평균 사용일수는 67일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갑질 백태의 온상인 공관병 폐지에만 그치지 말고 유령의 집에 불과한 서울공관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감NGO모니터단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이란 프레임 속에 국감이 정치 공세로만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