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피아니스트 안드레아스 컨, 폴 시비스의 공연 ‘피아노 배틀’이다. 8년 전 두 피아니스트가 만든 이 공연은 홍콩을 시작으로 유럽·미국·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첫 내한한 2015년과 지난해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매진시켰다. 각자 독주 피아니스트로서도 활동하는 이들은 왜 이런 공연을 할까. 28일 공연을 위해 내한한 이들은 24일 인터뷰에서 “누가 더 잘 치는지가 아니라 누구 연주를 더 좋아하는지 묻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28일 건반 위 배틀 벌이는 두 남자
독일 출신 안드레아스 컨, 폴 시비스
한 작곡가의 다른 작품 번갈아 연주
청중이 흑·백 카드 투표로 승부 결정
청중은 이 새로운 방식을 즐긴다. “보통 클래식 공연에서 청중은 그저 ‘잘 하는 연주자겠지’하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공연에서는 다르다. 청중은 둘 중 한 명을 골라야하기 때문에 눈을 반짝이면서 연주에 집중한다.”(컨) 청중과 연주자 모두 마음놓고 재미를 추구하는 공연이란 뜻이다. 시비스는 “형식은 배틀이지만 대결이 너무 심각해지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수준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기존의 클래식 공연과 형식이 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 피아니스트는 ‘배틀’이란 개념을 자신들이 발명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두 음악가가 같은 주제를 놓고 즉흥적으로 음악을 쓰거나 연주의 기술을 가지고 대결한 건 17세기 바로크 시대부터였다.”(시비스) 즉 클래식 음악에도 대결이라는 흥미있는 요소는 오랜 전통이었고 최근의 엄숙한 분위기는 지나치다는 말이다. “음악을 몰라도 자신의 즉각적인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던 사람도 우리 공연장을 찾아오곤 한다.”(컨) 그래서 두 피아니스트는 어떤 곡을 연주할지 미리 공개하지 않는다. 청중이 선입견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 피아니스트는 배틀의 형식을 발전시키고 있다. 청중을 무대 위로 올려서 공연에 참여하게 하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더했다. 연주할 곡목과 투표 방식은 물론, 피아노 위치와 조명까지 두 피아니스트가 연출한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6번의 라운드에서 쇼팽·리스트·드뷔시 등을 연주하며 대결을 펼치고 청중의 투표를 받을 예정이다.
두 피아니스트가 비밀로 하는 건 연주 곡목 말고도 또 있다. 둘의 정확한 나이, 지금까지 배틀의 승률 같은 것이다. 연주자, 연주될 곡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독일·대만에서 6000~7000석까지 매진시켰지만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못해봤다. 더욱 여러 곳에서, 더 많이 공연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컨) 이번 내한 공연은 28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