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코치 처벌한 김씨, '#미투'로 피해자 돕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7.10.25 14:52

수정 2017.10.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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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계에서도 '미투(#Metoo)'의 물결을 볼 수 있을까. 15년 만에 성폭행 코치 처벌을 이끌어낸 김모(26·여)씨가 '미투 운동'을 시작했다. 
 

[사진 미투 캠페인을 시작한 김씨 블로그]

 
김씨는 10~11세였던 지난 2001년부터 이듬해까지 자신이 다니던 강원도 철원군의 초등학교 테니스부 김모(39) 코치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전국주니어테니스대회에서 김 코치를 14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02년 면직당한 김 코치가 아직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테니스 코치를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란 김씨를 고소했다. 

10~11세에 테니스부 코치에게 성폭행 당해
15년 만에 지난 13일 징역 10년형 이끌어내
"'미투' 운동, 다른 피해자에게 도움주겠다"

김씨는 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테니스협회 등 관계 기관에도 신고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홀로 증거를 수집하고, 증인을 수소문해 재판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민지현)는 제자를 수차례 성폭행 또는 성추행한 혐의(강간치상)로 기소된 김 코치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15년 만에 성폭행 코치 처벌 후,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나선 피해자 김모씨.

 
사건 발생 후 15년 만에 처벌을 이끌어 낸 김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숨어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25일 인터뷰에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기 위해 더 악착같이 싸웠다"며 "가해자는 처벌을 받게 됐다. 그러니 이제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차례다.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직접 블로그(http://truth-be-told.tistory.com/)를 개설하고, 최근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미투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투 캠페인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스캔들이 미국 연예계를 강타하자,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45)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해시태그 ‘#MeToo(미투)’를 달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자는 운동이다. 이 해시태그는 열흘 만에 85개국에서 170만개가 리트윗 됐다.  


[사진 알리사 밀라노 트위터]

 
김씨는 "현재 성범죄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스포츠계에도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직접 이메일과 모바일 메신저로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상담도 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김씨의 사건을 중앙일보가 단독 보도한 후, 관계기관에서도 성폭행을 당한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테니스협회는 김씨의 사건을 검토해 제도적인 허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대한테니스협회 박원식 홍보이사는 "그동안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 협회에 접수된 성 문제 사례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고, 경우에 따라 검찰 고발해 스포츠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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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