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엄포’ 통했나…도요타, 멕시코 생산량 절반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7.10.25 14:3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도요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엄포’에 두 손 들었다.
도요타가 멕시코 과나후아토에 건설 중인 새 공장의 자동차 생산량을 애초 계획했던 연 20만대에서 10만대로 줄이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 규모도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에서 7억 달러로 낮췄다. 대신 도요타는 미국에서의 자동차 생산량을 지금보다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일 시절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도요타를 비판해 왔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트위터에 올린 도요타 비판 글. 공장을 미국에 짓든지 관세를 더 물든지 하라는 내용. [트럼프 트위터 캡쳐]

도요타는 지난 8월 멕시코 새 공장에서 코롤라를 생산키로 했었지만 이 역할을 미국 공장에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의 새 공장에서는 내년부터 코롤라가 아닌 픽업트럭을 만들게 된다고 WSJ는 전했다. 도요타는 2021년까지 마쓰다와 미국 공장을 설립해 연 30만대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미 켄터키 완성차 공장에 13억3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2020년부터 웨스트버지니아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자동차의 핵심부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도요타의 주력 시장 중 하나로 지난해 도요타의 북미시장 판매량은 284만대를 기록해 전 세계 판매량의 30%를 차지했다.
관련기사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도요타의 새 멕시코공장 운영 축소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나온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도요타 멕시코 공장은 절대 안 된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든지 아니면 관세를 내라”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맹비난했다. 또 멕시코산 자동차에 수입관세 35%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놓기도 했다. 이에 포드는 멕시코로 미국 공장을 이전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고, 제너럴모터스(GM)도 멕시코 공장 증설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
 

NAFTA 폐기반대운동을 하기 위해 결성된 자동체 업체들의 ‘미국 일자리 창출’연합체 홈페이지.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한편 블룸버그는 현대자동차와 GM, 포드,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이 ‘미국 일자리 창출’(Driving American Jobs)이라는 이름의 연합체를 결성했으며 앞으로 TV 광고를 시작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반대운동을 본격화한다고 보도했다.  

연 생산 20만대에서 10만대로…투자도 30% 줄여
트럼프 “미국에 공장 세우든지 아니면 관세 35% 내라” 압박
현대차ㆍ포드ㆍ폴크스바겐 등 “NAFTA 폐지 반대” 연합 결성

연합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NAFTA 폐기는 자동차 생산은 물론 관련 일자리 감소, 소비자 구매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며“해외시장 수출에도 큰 충격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에서 차량을 조립할 경우 이 지역 부품 사용 비율을 크게 높이려는 데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체는 “현재 62.5%인 북미산 의무사용 비율을 85%로 끌어올리라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미국산 부품 비율을 지금보다 적어도 50%는 더 올려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결국 역내 부품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관세 납부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개정하자고 제안한 내용을 업계 입장에서 보면 NAFTA를 완전히 폐기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자동차 업계와 근로자, 경제 모두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유럽, 한국,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단일 이슈를 놓고 연합체를 결정해 공동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