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변인 "우리는 약자…힘 있는 정부와 대통령의 존중과 배려 필요"

중앙일보

입력 2017.10.25 06:17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주최한 청와대 만찬 행사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돌연 불참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참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이날 오후 방송된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한 남 대변인은 "문성현 노사정 위원장 배석 문제를 결정의 이유로 삼은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기회에 대통령과 노동계가 직접 만나 진솔한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노총 측은 "(우리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소속 산별 및 사업장을 개별적으로 초청한 행위는 조직체계와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노정 대화로 논의되던 자리에 일방적으로 노사정위원장을 배석시키겠다고 입장을 정한 것은 우리 조직 내부에서는 큰 논란이 있을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그렇다면 불참의 주된 이유는 (노동계와의 대화가) 진지한 대화보다는 이벤트 쪽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만남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국정운영의 파트너'라고 하면서 존중과 배려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으로 기획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남 대변인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노정 대화가 이뤄진 적 없다"며 "역사적인 이 자리에서 진정성을 바랐으나 메인(대화)이 뒷전으로 가고 환영 만찬 기획이 앞으로 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이 불참하게 된 것은 노정 간의 만남을 기대했던 분들에게 유감이지만 청와대도 사실 환영 만찬보다는 제한된 시간에 진중한 이야기를 오갈 수 있도록 기획했어야 했다"면서 "우리는 약자고 힘은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 노동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 대변인은 인터뷰 내내 진솔한 노정 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대변인은 "행사의 기획이나 의도·취지가 실행단계에서 반영되지 않았다"며 "(민주노총의) 입장 전달이 있었는데 청와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 민주노총이 불참해 회동은 '반쪽 행사'가 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불참 통보 후 성명에서 "민주노총이 불참하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 모두 발언에서 "노동계와의 만남이 너무 늦어지는 것 같아 조금 초조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노동계가 다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