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자쥔의 약진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은 차이치(蔡奇ㆍ62) 베이징시 서기와 잉융(應勇ㆍ60) 상하이 시장이다. 수도 베이징의 1인자와 경제중심지 상하이의 2인자인 두 사람은 중앙위원도 후보위원도 아닌 양비(兩非) 당원, 즉 평당원을 졸업했다. 이들은 25일 열리는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중앙위원을 뛰어넘어 일거에 정치국원까지 오르는 ‘로켓 승진’도 점쳐진다.
차이는 푸젠(福建)성에서 근무하던 1980년대에 부임해 온 시 주석과 만나 인연을 쌓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장(浙江)성으로 옮겨가면서 친분이 깊어졌다. 시 주석은 저장에 있던 그를 끌어올려 안전위원회 판공실 주임→베이징 대리 시장→시장→서기로 벼락출세가도를 달리게 했다.
파출소 말단 공안으로 공직을 시작한 잉 시장도 상하이 서기 시절의 시 주석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잉 시장은 상무위원 승진이 예상되는 한정(韓正) 상하이 서기의 바톤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장쩌민 (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상하이방(幇)’의 아성인 상하이를 시자쥔이 접수하게 된다.
이밖에 시 주석의 지방 근무 시절 부하 출신인 딩쉐샹(丁薛祥ㆍ55) 중앙판공청부주임과 황쿤밍(黃坤明ㆍ61) 중앙선전부 부부장도 중앙위원에 안착했다. 이들 역시 1중전회에서 정치국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위치다. 현직 지방서기 가운데 시 주석의 측근인 리창(李强ㆍ58) 장쑤(江蘇)성 서기와 리시(李希ㆍ61) 랴오닝(遼寧)성 서기도 이번에 중앙위원이 됐다.
차이치 베이징 서기와 잉융 상하이 시장
정치국원까지 오르는 '로켓승진'도 예상
반면 공산주의 청년단 계열은 세력 약화
공청단파는 대표주자 두 사람이 중앙위에서 밀려난게 눈에 띈다. 정치국원인 리위안차오(李源潮ㆍ67) 국가 부주석은 7상8하(67세는 승진하고 68세는 퇴직하는 관례)를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위원회 잔류에 실패했다. 5년전 위정성(俞正聲·72) 정협 부주석에게 밀려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한 데 이어 두 번째 분루를 삼켰다. 몽고족 양징(楊晶ㆍ64) 국무원 비서장의 탈락도 의외다. 그간 리커창 총리와 국무원 등에서 호흡을 맞춰 일하며 정치국 진입을 노렸으나 중앙위원에서도 밀려났다.
장쩌민(江澤民·91) 전 주석의 측근 정치국원인 장춘셴(張春賢ㆍ64) 중앙당건설공작영도소조 부조장은 잔류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투서의 배후로 알려지면서 한직으로 밀려났지만 계파간 균형 차원에서 중앙위에 남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19기 중앙위원은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5년 전 117명(57%)이었던 신인 숫자는 97명(47.5%)으로 줄었다. 여성 위원은 10명으로 18기와 같았다. 인민해방군·무장경찰 출신은 41명(20.1%)으로 숫자상으론 18기(41명)와 큰 변화가 없지만 물갈이 폭이 컸다. 시 주석의 군 개혁과 군 부패 청산에 따른 인사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시 주석에 의해 발탁된 딩라이항(丁來杭ㆍ60ㆍ중장) 공군사령관, 선진룽(沈金龍ㆍ61ㆍ중장) 해군사령관, 저우야닝(周亞寧ㆍ60ㆍ중장) 로켓군사령관 등이 중앙위원에 올라 중앙군사위 위원 자리를 노리게 됐다. 시 주석과 부자 2대에 걸친 인연을 맺고 있는 장유샤(張又俠ㆍ67) 상장은 중앙위원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의 승진이 점쳐진다.
외교 분야에서는 양제츠(楊潔篪·67) 국무위원과 왕이(王毅·64) 외교부장이 모두 중앙위원으로 남았다. 양 위원은 외교담당 부총리 승진설도 나온다. 왕 부장의 거취는 불확실한 상태다. 당 외교를 담당하며 외사영도소조의 일원인 쑹타오(宋濤·62) 대외연락부장이 중앙위원이 되면서 다음 보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유임설이 돌던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위 서기를 포함해 장더장(張德江·71)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현임 상무위원 5명이 7상8하 원칙에 따라 중앙위원직을 내놓고 은퇴하게 됐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