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가 청와대 만찬상에 오른다.
24일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계 인사와의 만찬 메뉴 중 하나로 청와대는 전어를 골랐다.
집나간며느리 돌아오듯 노사정위 들어오란 메시지
추어탕, 콩나물밥은 노동계 상징하는 '전태일' 메뉴
민노총, 만찬참석 거부로 ‘전어작전’ 결국 실패할 듯
그런 양대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해달라는 메시지를 담아 가을전어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 함께 대화의 장소(노사정위)에서 만나길 희망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출범했다. 공교롭게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즐겨 먹던 보양식 중에 전어가 있었다고 한다.전남 신안 바닷가 출신인 DJ는 제철 생선을 좋아했는데, 봄에는 세발낙지, 여름에는 민어, 가을에는 전어를 자주 먹었다. 평소 생선에 관해 “바로 잡은 홍어는 담담한 맛이 있어 된장에 찍어 먹으면 좋다. 하지만 삭힌 홍어의 쏘고 찌르는 깊은 맛은 못 따라간다”며 말하며 생선에 일가견을 보였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전어를 활용한 정치적 수사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에 사용했다. 조 수석은 2009년 9월 한 일간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는 걸 경계하며 “여의도를 뛰쳐나와 ‘민생 포장마차’를 끌고 전국을 돌면서 ‘집나간 민심’이 돌아오도록 가을 전어를 굽고 서민들과 술잔을 나누는 천정배 의원의 모습은 정파를 떠나 아름답지 않은가”라고 적었다.
청와대가 민노총 등 노조지도부를 감안해 선정한 메뉴는 전어 외에 또 있다.
만찬 식사 메뉴로는 콩나물밥과 추어탕도 나온다. 이번 추어탕은 80년간 이어온 청계천 부근의 식당 용금옥에서 온다. 용금옥은 1호선 종각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 사이에 광교 사거리에 위치한 식당이다. 청계천은 노동계의 상징인 전태열 열사가 일하던 곳이다. 콩나물밥은 전태일 열사가 즐기던 음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의 ‘전어 작전’, '콩나물밥과 추어탕 유인작전'은 실패로 끝날 분위기다.
만찬초청 행사에 응할 예정이던 민노총이 돌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 복귀는 고사하고 "민주노총을 존중하지 않은 청와대의 일방적 진행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청와대가 만찬행사에 민주노총 소속 일부 산별(産別) 및 사업장을 개별 접촉해 만찬 참여를 조직해 사과와 재방발지를 요구했는데 어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없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노동자는 문재인 정부의 홍보사진에 언제나 동원되는 배경 소품이 아니다"라고 청와대 측을 비난했다.
24일 청와대 만찬행사에는 양대 노총 지도부외에 펜즈 식스노조(한노총)와 국회 환경노조(한노총), 자동차 노련(한노총)과 금융노련(한노총), SK하이닉스(한노총)와 영화산업노조(민노총), 서울 지하철노조(민노총), 정보통신산업노조(민노총), 보건의료노조(민노총), 청년유니온(미가맹), 사회복지유니온(미가맹) 지도부가 초청대상이다.
“노동계를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장관급인 노사정위 위원장에 문성현 전 민주노총 전국금속연맹위원장을 임명했다.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한국노총 금융산업노조 상임부위원장 출신의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허진·김민상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