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 전쟁 나선 런던, 2006년 이전 휘발유·경유차 도심 진입시 1만5000원 부과

중앙일보

입력 2017.10.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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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오염을 줄이자는 캠페인에 나선 아이들

 대기 오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 런던시가 2006년 이전 등록한 휘발유ㆍ경우 차량의 도심 진입시 통행료를 새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23일(현지시간)부터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는 런던 도심 지역에 배기가스를 많이 방출하는 오래된 차량이 들어올 경우 하루 10파운드(약 1만5000원)를 내도록 하고 있다. 기존 도심 혼잡통행료가 11.5파운드였기 때문에 새 규제를 적용받는 차량은 해당 구간을 운행하려면 21.5파운드(약 3만2000원)를 내야 한다.
새 통행료 부과 대상은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인 ‘유로4’를 충족하지 못하는 휘발유 및 경우 차량인데 주로 2006년 이전 등록된 차량이다. 런던시는 하루 53만5000대가량이 도심 구간을 운행하는데, 이 중 3만4000대가량이 추가 통행료를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 중심부 하늘의 스모그

칸 시장은 “런던의 공기는 매우 유독해 많은 아이들이 폐 문제를 갖고 자란다"며 ”지금 우리가 급격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미래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의 공기는 살인자이기도 하다"며 “매년 런던에서 9000명 이상이 공기 오염의 영향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시는 2019년 4월부터는 더 강화된 대기 오염 절감 대책을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도심 혼잡통행구역을 '초저배출구역'(ULEZ)으로 지정해 '유로 4'(휘발유차)와 '유로 6'(경유차)을 충족하지 못하는 승용차와 밴 차량에 12.5파운드(약 1만7000원)를, 버스와 트럭에는 100파운드의 과징금을 각각 물릴 계획이다.

영국 런던의 한 자전거 이용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선 반발도 나오고 있다. 한 운전자는 “추가 통행료를 물리는 방안은 사실 가장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라며 “낡은 차를 아직도 몰아야 하는 계층만 곤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차를 갖고 있는 게 우리 잘못은 아니며 통행료가 비싸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경고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운전자는 “영세 중소 자영업자들은 규제를 피하려면 새로운 밴 차량을 구입해야 할텐데 그럴 여유가 없는 이들이 많다"며 “새 차를 못사면 영세한 이들은 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