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트립 │ 충무로
서울 중구 충무로. 국도극장·스카라극장·명보극장·대한극장 등이 모여 있다 보니 영화사와 제작자, 배우가 모여들어 한국 영화의 중심지로 영광을 누렸다. 자연스레 식당도 붐볐다. 1987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한 ‘부산복집’의 최상해 사장은 “70~80년대 충무로는 어느 가게나 장사가 잘됐다고 어머니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60~80년대 개업, 2대째 영업 여럿
푸근한 분위기에 푸짐한 인심 매력
어둑어둑해져야 문 여는 가게 많아
영화산업과 함께 충무로의 또 다른 축이었던 인쇄산업도 예전 같지 않다. 크고 작은 몇몇 인쇄소만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인쇄소와 함께 충무로를 지킨 게 오래된 식당들이다. 60~80년대 문을 연 노포들은 지금도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킨다. 다행히 2016년부터 노포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 11년째 충무로의 한 회사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 심선애씨는 “깔끔하고 예쁜 식당을 찾는다면 이곳은 정답이 아니다”며 “하지만 육수를 계속 내주는 칼국수 집 등 충무로 노포엔 푸짐한 인심 같은 특유의 매력이 있어 함께 가는 사람마다 다들 좋아하더라”고 설명했다.
충무로 푸드트립은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5번이나 6번 출구에서 시작한다. 5번 출구부터 남산스퀘어빌딩, 6번 출구부터 명보사거리까지 ‘ㅁ’자 블록에 식당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제법 쌀쌀한 바람을 피해 즐길 수 있는 따뜻한 탕과 백반, 칼국수가 주요 메뉴다.
게장백반 유명한 진고개, 값이 착한 부산복집
진고개에서 충무로역 방향에 있는 티마크 호텔 골목으로 들어가면 한 블록 더 안쪽에 ‘부산복집’이 있다. 복매운탕 한 그릇 가격이 1만2000원으로 다른 복집보다 저렴해 요즘엔 대학생도 많이 찾는다.
국수를 좋아한다면 부산복집에서 을지로 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사랑방칼국수’에 가야 한다. 68년 문을 연 곳인데 넉넉한 양의 백숙과 반찬을 주는 백숙백반과 양은냄비 가득 칼국수를 담아주는 칼국수가 대표 메뉴다. 충무로역 7번 출구 뒤쪽 골목에 있는 낡은 붉은색 간판의 ‘작은분식’과 진양상가로 이어진 먹자골목에 있는 ‘충무로칼국수’도 칼국수로 유명하다.
원더브레드에서 바밤바라떼로 입가심
파란색 채반에 해산물 한가득, 필동해물
충무로역 대로 건너편 골목 막회와 과메기 잘하는 ‘영덕회식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점심에도 문을 열지만 저녁에 가야 이곳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막회를 시킬 땐 대(大)자를 시키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다. 중자와 고작 3000원 차이인데 양은 훨씬 푸짐하기 때문이다.
육식파를 위한 고깃집도 있다. 영덕회식당에서 진양상가를 가로질러 가면 충무로 먹자골목이 나온다. 곱창·돼지갈비·닭볶음탕·횟집·치킨가게 등 다양한 식당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손님을 맞이한다. 이 중 입구에 있는 ‘호남식당’은 양념이 많아 물갈비로 부르는 돼지갈비가 유명하다. 배불리 먹었지만 집에 가기 서운할 때가 있다. 이때 가면 좋은 곳이 ‘필동분식’이다. 밤에 웬 분식집이냐 하겠지만 이곳은 연탄불에 구운 닭꼬치구이가 대표 메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