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급 태풍 ‘란’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역 앞 광장은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일본의 국기인 ‘히노마루(日の丸)’를 흔들며 “아베 신조”를 연호했다. “아베 그만둬라” “아베 정권 퇴진하라”는 반대파의 구호는 지지자들의 압도적인 목소리에 금세 묻혔다.
고이케 신당 등 악재 안고 선거 시작
“일본 지켜낼 것” 안보몰이로 돌파
야권 단일화 289곳 중 57곳 불과
‘아베 1강’ 독주, 3연임 도전 탄력
야당의 분열도 아베를 도왔다. 제1야당이었던 민진당이 사실상 해체되고, 희망의당과 입헌민주당, 무소속 등으로 나뉘면서 ‘반(反) 아베’ 표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분산됐다. 적진의 분열로 여당 후보들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선거를 치렀다. 아사히신문 분석에 따르면 전국 289개 선거구 가운데 약 78%에 해당하는 226개 지역구에서 야권 후보가 2명 이상 출마한 ‘야권 분열 선거구’였다. 이 가운데 여당 vs 야당 vs 야당의 ‘3각 구도’로 치러진 선거구가 177개, 야당 후보가 3명 이상 출마한 곳도 49곳이나 됐다. 반면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해 일대일 구도가 형성된 곳은 57개에 그쳤다. 야당의 분열 속에 아베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던 ‘가케·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은 화제에서 사라졌다.
‘아베 1강’에 의한 자민당의 독주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베를 대신할 당내 경쟁자도 뚜렷하게 부상하지 못했다. 선거 결과는 내년 9월 아베의 자민당 총재 3연임 도전에도 탄력을 붙일 전망이다.
2006~2007년 1차 아베 내각을 포함해 22일 현재 아베 총리는 2129일째 재임 중이다. 이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2798일)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2616일) 전 총리에 이어 전후 일본 총리 중 3위에 해당한다. 3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1년 9월까지 최대 3년간 총리직을 더 이어갈 기회를 잡게 되며, 성공한다면 역대 최장수 총리로 등극한다. 변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계속 총리를 맡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찬성 응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 지난 17~18일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원한다’는 답변은 34%에 불과했고, 51%가 ‘원치 않는다’고 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